◀ 앵 커 ▶
6년 전 겨울 홀로 작업하다
석탄가루에 까맣게 덮인 채 숨진
24살 김용균 씨, 기억하실 겁니다.
꽃다운 청년의 죽음은
중대재해 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됐지만,
우리 산업 현장은 6년 전에
여전히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
낡은 설비를 교체했더라면,
아니 2인 1조로 근무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야 할까요?
당진 현대제철소 이야기입니다.
윤소영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공장 바깥으로 노란색 배관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철을 녹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등
유독 가스가 흐르는 통로입니다.
지난 12일, 이 배관을 홀로 점검하던
50대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지점입니다.
문제가 된 배관 부위는 칼에 베인듯
위아래로 길게 찢겨져 있었습니다.
숨진 노동자가 테이프와 본드로 덧대며 마지막까지 보수 작업을 시도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동료들은 노후된 배관에서 누출된 유독 가스가 평범한 50대 가장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말합니다.
동료직원
"14년 그 이상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떄 당시에 건설한 이후로(배관이)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고요. (가스 성분에) 일산화탄소가 50%가 넘습니다. 1회 흡입 시에도 사망이나 기절 구토까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는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점은 지난달에도 유독가스 농도가
정상치의 20배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가스가 새기 시작한
문제의 배관.
사고 이틀 전에도, 숨진 노동자는
패치와 본드 등으로 임시 보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문제의 배관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으로부터 비용 등의 문제로
내년 상반기에나 교체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2인 1조 원칙마저 지켜지기
어려운 인력 구조,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사측에서 제공한
10분짜리 1회용 산소 호흡기에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승한 /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장
"회사 측에서 대응은 이 마스크를 가스를,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착용했을지, 아니면 먼저 착용했을지 확인 조사를 거쳐봐야 알 수 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 분석이 명확히 진행되지
않고.."
현대제철은 회사 차원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며, 안전 제도 보완을 통해 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지난 2010년 이후
현대제철 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숨지거나
부상을 입은 노동자는 6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사고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측의 명쾌한 답변과 약속이 반복됐지만,
또 한 번의 예견된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윤소영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