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콩을 심겠다며 벌채 허가를 받은
청양의 한 야산 농지에, 마치 페루의
마추픽추를 연상케 하는 주택 단지용 옹벽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청양군은 벌목과 토사 유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주택 조성용 콘크리트
옹벽까지 설치됐다며 수차례 민원을 받았지만,
산림이 훼손되는 4년 동안 제대로 된
현장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태욱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남 청양군 화성면의 한 야산입니다.
마치 마추픽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네모 반듯하게 정리됐는데,
6개 블록, 5천㎡ 가까운 이 넓은 땅들은
주택용지가 아닌, 콩을 심겠다고 허가받은
농지입니다.
하지만 곳곳을 살펴봐도, 농사를 지은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산 곳곳에는 낙석 위험마저
우려되고 있습니다.
"콩을 심겠다며 야산 한 면을 몽땅
밀어냈지만 콩은 온데간데없고,
사람 키 3배 만큼의 옹벽만 설치됐습니다."
청양군은 지난 2017년 1월, 19,000㎡
산지에 대해 콩 재배를 위한 밭 조성사업
명목으로 임목 벌채를 허가했습니다.
하지만 인근에 사는 주민 이환희 씨는 4년 사이
무분별하게 소나무와 토사가 유출됐고
농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개발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기준 면적인 5천㎡보다
고작 10㎡ 적은 4,990㎡로 사업을 신청한 것
마저 청양군이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환희 / 인근 주민
"산허리가 보시다시피 이렇게 다 잘려나가고, 불법이 다 이뤄지고 나서 합법으로 다 만들어졌고, 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청양처럼 행정 하는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청양군은 4년 동안 개간사업 신청을 서류로만
검토한 채, 엄청난 양의 옹벽이 불법으로
조성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성희 / 청양군 건설도시과장
"개간사업은 최초의 서류하고 최종의 서류를 두 개를 비교를 해봅니다. /(기자) 현장 확인은 안 해봤다는 거죠? / 예.."
토지주는 해당 부지가 농지이며,
설계사무소 측의 의견을 듣고 농지용 토사가
쓸려나가지 않기 위해 3억 원을 들여
옹벽을 설치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모씨 / 토지주
"업자 하고 설계사무소가 와서 확인하고 해서 (옹벽) 쌓은 건데, 중간에 설계변경하면 된다 그래 가지고 쌓은 거예요.."
하지만 산을 개간해 농지로 만든 뒤, 5년이
지나면 주택용지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제도적 맹점이 있습니다.
주민 이 씨는 사업자의 과욕과 청양군의
태만한 행정으로 산 허리가 잘려나갔다며
토지주 5명과 청양군 관계자를 감사원과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청양군은 토지주들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 차원에서
추가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