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식목일이였던 어제
대형 산불이 꺼진 자리에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불을 피해 대피했던 이재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제 천금 같은 단비에 기뻐하던
이재민들은 집으로 다시 돌아와
화마가 할퀸 처참한 현장에
말을 잃었습니다.
김광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피해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정진학 씨.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속
사흘 만에 다시 찾은 컨테이너 주택은
형체도 없이 타버렸습니다.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은 찾았지만
손에서 곧 바스러져 버립니다.
정진학 / 산불 피해 주민
"조금 건진다고 하다 이거 사람 다치겠다 해서
식구한테 막 소리 지르면서 나오라고… 보다시피
하나도 건진 게 없어요. 몸만 빠져나왔어요,
몸만."
화마는 마을 곳곳을 쓸고 갔습니다.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남았고
비료 더미와 농기구들은 어지럽게 널브러졌습니다.
여든을 넘긴 농민은 올해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성열희 / 산불 피해 주민
"비닐,비료,손수레 뭐 다 탔지 뭐. 이런 건
어떻게, 나중에 쓰든 이건 어떻게 쓰든.
비료 저거 봐요. 어떡할 거야, 비료."
사흘간 계속된 산불에 연기 흡입 등으로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는 피해 주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 백용자 / 홍성군 서부면
"연기도 막 저기 하는데 눈도 못 뜨고 막
목구멍이 막 칼칼하고. 속도 그 탄 냄새가
이렇게 들이마시면 전부 코로 오는 거예요."
이번 충남 홍성 산불로
주택 59채가 불에 탔고
4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돌아갈 집조차 없는 이재민들은
임시거처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또 기약 없는 밤을 보내야 합니다.
"아이고 뭐 하러 100살 다 먹어가도록 살아.
이렇게 고생스러운데.
<무슨 그런 말씀을 하셔…>"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충남 홍성과 전남 함평 등 전국 10개 시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습니다.
이로써 이 지역 주민들은
주택 피해와 공공시설 복구비 등
간접 비용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게 됩니다.
MBC뉴스 김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