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인 가구 실태와 함께 사회 보호망을
점검하는 신년 기획보도 순서입니다.
대전의 고독사 증가율이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혼자 살다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 그런데 이들은 삶과 죽음은 물론
죽음 이후 마지막 여정조차 순탄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연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대전역 앞 쪽방촌,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이곳에서
50대 김 모 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흘 전만 해도 얼굴을 봤는데
종일 연락이 닿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사회복지사가 집을 찾았다 확인한 겁니다.
남누리 / 대전광역시 쪽방상담소 소속 사회복지사
"평소에도 사실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고요. 창문으로 이렇게 보니까 이제 이렇게 미동 어떤 움직임이 없이 누워 계시는 걸 봤고 .."
그리고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 씨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락이 닿는 유일한 피붙이가
시신 포기 각서를 썼다 다시
마음을 바꾸며 갈팡질팡하는 탓입니다.
실제 이런 고독사의 경우
전국적으로 70% 가량은 죽음 이후에도
가족 등으로부터 외면받기 일쑵니다.
조부활 / 쪽방상담소 소장·실무 목사
"연고자가 없는 게 아니에요, 근데 한 7~80%가 거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신을 인수하지 않겠다. 경제적 이유든 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연고자 등을 찾는 2주간의 행정절차 기간이
지나면 이런 고독사는 보통 무연고 장례
대상이 됩니다.
이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대전 5개 자치구
모두 공영 장례 조례가 있지만 지자체별로
격차가 큽니다.
생전 기초생활수급자였다면
대전 서구와 동구는 장례비를 포함해
180만 원을 지원합니다.
반면 대덕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간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버스만 운영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정한 80만 원 지원에
장례 절차 없이 하룻 만에 시신 처리를
끝냅니다.
화장 이후에는 5년간 대전시립납골당에
모신 뒤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양승표 / 대전광역시시설관리공단 추모공원관리팀장
"그동안 연락이 계속 없다가 이제
한 마디로 여기저기 좀 알음알음 알아
보시다가 이제 연락이 되어서 오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대전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는 약 4백 명,
가족과 단절된 채 외롭게 죽음을 맞은
이들을 위해 대전 쪽방상담소는 매년 연말,
무연고자나 쪽방촌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추모제를 엽니다.
올해로 벌써 20년째, 매년 20명 안팎의
외로운 넋을 달래고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외로움과 불평등,
인간으로서 마지막 존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