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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내 땅 지나지 마" 마을길 막힌 사연/데스크

◀ 앵 커 ▶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이 다니던 충남 부여의

한 마을길이 어느날 갑자기 대형 콘크리트

블록에 막혀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가까운 길을 놔두고 몇 백 미터를

돌아서 집을 오가고 있다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김윤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주민 2백여 명이 사는

충남 부여의 한 시골 마을입니다.



한 주민이 길 한복판에 있는

가슴 높이의 블록을 힘겹게 넘어갑니다.



누군가 마을 안길에 30미터 간격으로

콘크리트 블록을 성처럼 쌓아 막아버린 겁니다.



가로세로 1미터, 한 개의 무게 만도

9백 킬로그램에 달합니다.



신수남/마을 이장

"한 600m 정도 돌아서 버스를 타야 되고, 시장 같은 데서 물건을 받아와도 그걸 다 들고 다니니까 애로도 많고..."



국도와 이어진 가장 가까운 마을길이 끊긴 건

지난해 8월입니다.



인근 공장 부지를 사들인 업체가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받으려다 실패하자,

콘크리트 블록을 세워

마을길 100미터를 막아 버렸습니다.



오용근/마을 주민

"(행정소송으로) 법원에 가서도 우리가 수차례 대응해서 1년인가 지나서 우리가 이겼어요. 그런데 그 후로는 여기 길 막고, 통행을 못 하게 하고...."



반면 '길을 막은' 업체 대표는

주민들이 먼저 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CG)공장 인허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연결 도로를 더 넓히려는데,

마을에서 해당 부지를 쓰겠다고 허가받은 뒤

화단과 표지석을 만들어 가로막았다는 겁니다.



이 모씨/업체 대표
"내 땅으로, 남의 땅으로 다니는 건 위법이다! 내 길도 막았는데 당신네들이 내 땅으로 다니면 방법이 잘못된 거 아니냐..."



사업주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처벌받게 됐지만,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난감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추현길/부여군 건설행정팀장

"사용 승낙이라던가 소유권자가 기부를 마을에 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소유권 이전을 안 하다 보니까 지금에 와서 소유권이 그대로 사유재산으로 살아있어서..."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주의 손실은 늘고 있고,

고령의 마을 주민들은 먼길을 돌아가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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