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안 직산읍 일대 등에 송전탑 12기 건설이
추진중인데 이를 두고 한전과 주민들간의
갈등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대부분 추진 사실을 몰랐다며
차라리 지중화 공사를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한전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진입하자
농민 수십 명이 농로에 주저앉아 막아섭니다.
공사를 하려던 논 앞에는
커다란 농기계가 길목을 차단했습니다.
15만 4천 볼트짜리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한전과 이를 반대하는 천안시 직산읍 주민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송전탑 건설업체 관계자]
"복토하려고요, 땅을 메우려고. 단을 올린 다음에 나중에 송전탑이 올라갈지..."
주민들은 땅주인이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멀쩡한 논을 갈아엎으려 한다며 반발합니다.
[이종희/천안시 직산읍 상덕리]
"농사도 다 지어놓은 걸 이렇게 메운다니까 그래서 트랙터를 갖다 놓은 거예요, 우리 아들이."
한전과 주민들의 갈등은 무려 3년을 거슬러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천안 북부지역 산업단지 개발 등으로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자 변전소와 함께
일대에 12개의 송전탑 건설이 추진됐는데,
정작 주민들은 정부가 한전의 이런 계획을
승인하기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주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 역시 대다수가
알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치러졌다는 겁니다.
[이상권/송전탑 예정지 소유주 가족]
"집으로 한전에서 서류가 날아왔어요. 보니까 감정평가 하니까 참여하라고. 저희는 아무 영문도 모르잖아요, 알고 보니까 2017년 6월에 산자부 승인을 받아서 진행했더라고요."
주민들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가운데
불가피하다면 땅속에 묻는 지중화 공사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규학/직산 송전철탑반대 대책위원장]
"도로가 있으니 지중화를, 땅속에 묻어주고.
논하고 밭은 저희들이 농사를 할 수 있게 돌려달라는 거죠."
하지만 모든 절차를 거쳤고
지중화 역시 이미 3개의 송전탑이 세워진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한전의 입장입니다.
[윤철상/한국전력 중부건설본부 송전건설부장]
"지금 상태에서 자재도 다 발주가 되어 있고, 공사가 지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중화는 어렵고 저희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야죠."
한전은 부산과 여수에서도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는 상황.
뾰족한 해결책 없이 양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한전이 최근 법원 판결을 근거로
공사를 재개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