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포트 ▶
한국전쟁 74주년을 맞아
군경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기획보도 두 번째 순서입니다.
지금까지 4천백여 구의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수습됐지만, 안치시설은 말 그대로
포화상태입니다.
희생자 추모공간인 대전 산내평화공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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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플라스틱 상자가
좁은 방 안에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대전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유해
1,400여 구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전국에서 수습한 유해는 모두 4천백여 구.
마땅한 봉안시설이 없어 지난 2016년부터
세종시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세종 추모의 집의 현재 안치율은
92%로 추가로 보관할 수 있는 유해는
유해는 185구에 불과합니다.
수습된 희생자 유해 4천여 구 중
유가족을 확인한 건 단 6구.
추가 유전자 분석 작업과 추모를 위해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여의치가 않습니다.
임나혁 / 진실화해위원회 전문위원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면
일단은 그 유해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설비,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20년 대전 골령골에
산내 평화공원을 조성해 임시로 안치한
유해들을 옮겨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언제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총사업비도 400억 원 대에서
600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기획재정부 타당성
재조사를 받게 돼 추모시설임에도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임재근 / 산내골령골 대책회의 집행위원장
"이것을 바라보는 어떤 역사 인식들도 많이 부족해 보이고 유족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그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위령시설 추모 시설들을 만들어야겠다는 그런 절박성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70년 만에 국가 권력에 의한 학살을
인정받았지만, 땅 위로 올라온 유해
대부분은 갈 곳도 가족도 찾지 못한 채
오늘도 차가운 상자 속에 갇혀있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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