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안 축구센터 남성용 화장실 변기 십여 개가 난데없이 철거될 지경에 처했습니다.
공중화장실 남·여 변기 수는 같아야 한다는
법률을 적용받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대책인데요,
전체 변기 총량을 늘려서 맞추는 것이 아닌
남성용 변기를 줄여 맞춘다는 행정 대응,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는데 알고보니 천안시의
행정 미숙이 원인이었습니다.
고병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축구장 5개 등 각종 축구 인프라를 갖춘
천안 축구센터
본관 1층 남성 화장실에는 소변기, 대변기 등 변기가 모두 20개입니다.
이에 반해 같은 층 여성 화장실 대변기는
13개로 지난해 말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이런
차이를 시정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공중화장실의 여성용 변기 수를
남성용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한 법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관리를 맡은 천안 시설관리공단은 축구
센터 연간 이용객 35만 명 가운데 93%가
남성이라는 통계까지 제시하며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충남도는 오는 15일까지로 시한까지
정해 통보하며 압박했고, 천안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자 결국 공단 측은 남성용
화장실 5곳의 변기 19개를 철거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이 남자 화장실에서만 대변기 6개 중의 4개
소변기 7개 중의 3개가 철거될 상황입니다."
여성 화장실 확장 공사는 남성용 변기 철거보다 예산도 10배 이상 많이 들고, 이용객이 적어
실효성이 없을 거란 판단에서입니다.
유용문 / 천안시시설관리공단 생활체육부장
"여성 이용자가 적기 때문에 지금 기존의
시설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적은 돈이라도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공중화장실법 시행규칙을 보면 시설
이용자 성별 비율 등 현장 여건을 고려하라는 예외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시설공단 주장이
근거가 있었던 셈인데, 천안시가 감사 당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충남도 감사위원회 관계자
"천안시에서 이것을 (예외를) 인정하는 시설로 잡지 않았더라고요.안 그래도 제외 대상으로
많이 봤는데 그때는 이런 내용을 회신을
못 받았고."
취재가 시작되자 천안시는 뒤늦게 축구센터의 공중화장실법 제외 대상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밝혀왔습니다.
MBC뉴스 고병권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 그 래 픽: 조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