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전 대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을 위한
학력인정 공공형 학교가 만들어졌는데요,
이 학교 고 3 과정 만학도 가운데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한 90명이
모두 합격해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됩니다.
박선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EFFECT) "명사, 대명사, 동사.."
영어 수업이 한창인 고3 교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에
돋보기를 고쳐 쓰며 집중하는 학생까지,
10대에서 80대가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이곳은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을 위한
전국 유일의 학력인정 공공형 학교입니다.
이곳에서 2년간 공부한 78살
임은식 할아버지는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됩니다.
전공은 생활체육학으로 정했습니다.
임은식/45년생, 대전시립고교 졸업 예정
"시골에서 중학교 겨우 나와 기회가 되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경로당의 노인들과 같이
체육을 생활화하고 싶습니다."
9남매의 다섯째로 아버지 일을 돕느라
배움의 때를 놓친 박원숙 씨도 늦었지만
사회복지사로 봉사하겠다는 꿈을 이뤘습니다.
박원숙/51년생, 대전시립고교 졸업 예정
"고1 들어가는 손녀가 있어요. 할머니 최고라고
애들한테 자랑도 하고 우리 할머니가 학교에
가서 이렇게 했다고 상장받아온 것도
사진 찍어서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이들처럼 이 학교 고3 과정 학생 110명
가운데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한 만학도 90명
모두가 대학 합격을 거머쥐었습니다.
대전은 지난 2020년 6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지난해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6%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60살 이상 노인들의 고졸 검정고시
응시율도 3년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맹현기/대전시립중·고등학교 교무부장
"저희 선생님들은 학생들한테 인생을
배우는 거죠. 공부라는 게 어렵기는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뤄뒀던 배움의 아쉬움을 꿈과 열정으로
이겨낸 만학도들이 또 다른 예비 만학도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선진입니다.
(영상취재: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