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긴 연휴 만큼이나 풍성한 한가위가 찾아왔지만
그만큼 더 속상하고 막막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인데요.
윤소영 기자가
수해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여름, 밤새 내린 폭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대전 정뱅이 마을.
두 달이 흘렀는데도,
마을 입구에는 복구 작업 때 나온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60년 넘게 살아온 집은
성한 벽이 없을 정도로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무리 불을 때도 집이 마르지 않아
장판도, 도배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급한 대로 창고를 개조해
몸 눕힐 곳을 마련했습니다.
박숙자/수해 주민
"(집을) 지을 수는 없고, 우선 당장 고쳐야 내가 들어가지. 부엌은 못 하지. 어떻게 저걸 다, 할 도리가 없어, 고칠 도리가."
또 다른 주민도 집수리가 한창입니다.
마당은 집에 들이지 못한 가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혼자서 매일 10시간씩 쓸고 닦았지만
명절에 오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방 한 칸 내어줄 수 없게 됐습니다.
송민용/수해 주민
"손주들도 커서 말도 잘하고 재롱도 많이 피우고 그러는데, 그걸 이제 잠깐 동안 본다는 게, 좀 길게 하루 이틀 보고 싶은데..."
이 마을에서 수해를 입은 30가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가구가 여전히
일상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비닐하우스도
풀썩 주저앉은 채 잡초만 무성합니다.
"당초 오이를 재배했던 농가입니다. 지붕 철근이 무너져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명백한 인재라며
수해 원인을 규명해달라는
주민들의 외침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채홍종/대전 정방마을 수해대책위원장
"밑에서 터져서 둑이 가라앉았거든요. 범람이 아니죠. 밑에서 누수가 돼서 터진 건데...그럼 그건 인재죠."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이 더 절실해지는 명절입니다.
MBC뉴스 윤소영 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