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최근 무려 200년에 한 번꼴인 극한 호우로
충남에서는 막대한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농가 피해, 알고보니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후 변화로 극한 호우가 일상화됐지만, 농경지 배수 설계 기준은 12년째 제자리 걸음인데다,
벼농사에서 원예농업 등으로 변화하는
농업 현장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태욱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0일 새벽, 서천에서는 시간당 111.5mm,
2백 년 만의 극한 호우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50mm, 세 시간에 90mm 이상의 비를
극한 호우라 하는데, 이런 기준의 두 배를
훌쩍 넘긴 겁니다.
충남에서는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지금까지 9,334ha, 축구장
만 3천여 개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특히, 전국 수박 출하량 70%를 담당하는
논산과 부여의 하우스 농가 60%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해당 지자체는 농경지 배수 설계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주장합니다.
백성현 / 논산시장
"현행 기준에 보면 강우 빈도가 30년 이상 이렇게 설계 기준이 돼 있는데요. 이 강우 빈도를 50년 이상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직접 수해를 입은 농민도 마찬가집니다.
천춘기 / 부여군 규암면 나복3리 이장
"비가 지금 농어촌공사에서 계획돼 있는 게 30ml라고 돼 있잖아요. 시간당.. 지금 비만 왔다, 그러면 보통 100ml 왔네 안 왔네, 그러잖아요. 50ml는 뉴스거리도 잘 안되잖아요."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개정한
농업생산 기반 설계기준은 여전히
벼농사가 중심이고 30cm, 24시간 이내 침수를 허용하게 돼 있습니다.
작물 높이가 낮아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원예작물 등의 지역에는 침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심과 시간, 배수 등을 계획
검토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만 돼 있습니다.
최근 25년 간 극한 호우 빈도는 그 이전의
25년보다 85% 늘어난 상황입니다.
전문가는 정부가 쌀 과잉생산으로
벼농사 대신 수박이나 토마토 등 원예농업을
장려하고 있는데도, 정작 배수 계획은 물에
닿기만 해도 농사를 망치는 원예농업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동일 /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앞으로도 그러면 이게(폭우가) 점점 심해질 확률이 크다는 얘기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것(기준)을 이제 빨리 조정을 해야 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그러나, 기후변화와 원예농업
증가 추세에 맞춰 구체적인 농경지 배수기준
마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워낙 작물마다 생육 시기라든지 물이 필요한 시기라든지 다 다르기 때문에 이제 검토는 해봐야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제 (세부기준이) 없고요."
지자체는 현실에 맞는 농경지 배수시설 설계
기준부터 마련돼야 개선 사업을 위한 예산
요청과 투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와 농업 환경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 피해들은
매년 농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