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전시가 원도심 상권을 살리겠다며
대전천을 사이에 두고 단절된
지하상가 두 곳을 잇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공사 현장 주변에서
멀쩡하던 건물 곳곳이 갈라지거나
땅이 꺼지는 등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전진단을 했더니 일부는 당장 사용하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상태로 드러났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건물 벽과 바닥 곳곳이 갈라져 있습니다.
지진이라도 난 듯 계단과 벽이 분리돼
사람 주먹이 들어갈 정도의 틈도 생겼습니다.
심지어 건물에 있는 병원에서는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집니다.
"건물 1층부터 4층까지 전체가 곳곳이
갈라지고 무너질 위험이 워낙 크다 보니 이처럼 쇠기둥을 수십 개씩 받쳐 놓은 상태입니다."
꽃집이 운영 중인 바로 옆 건물도
땅이 꺼지면서 한쪽으로 기울어 꽃을 보관하는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리는가 하면,
약국이 입주한 건물 역시 바닥이 내려앉아
손님이 오가는 출입문조차 열리지 않습니다.
김 모 씨/약사
"지반이 이제 평형이 안 맞게 내려앉는다든지 그렇게 돼서 문이 잘 열리지도 않고 닫히지도 않고..일부 문은 폐쇄해 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피해를 본 건물들 바로 앞에서는
두 개의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대전시의 공사가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도심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며 (CG)
중앙로 지하상가와 대전역 앞 지하상가 사이 140m 구간을, 대전천 밑으로 14m가량 파내고
보행통로를 만든 겁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건물주와 입주민들은
시공사에 행정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한 공사 소음과 진동도 참아왔다며,
지난 2021년 12월
"아이고, 이거 참..시끄러워서 진료도 못 하겠네."
환자들이 오가는 유일한 계단이 폐쇄될 정도로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인데도
대전시가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봉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피해 건물주)
"22년 4월, 5월 이때부터 건물이 심하게 균열이 심해졌죠. 그래서 이제 뭐 멀쩡한 건물에서 그러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달라져요, 그래서 여기 생활하는 게 정말 위험하다."
실제 대전시가 실시한 안전진단에서도
약국이나 꽃집 건물은 보수가 필요한 C등급,
병원 등 건물에서 증축된 일부는 사용을 중단해야 할 정도인 최하 'E등급'이 나왔습니다.
이영광/대전시 건설관리본부 건설3팀장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저희도 아직 판단하기는 좀 어렵고요. 그런데 어쨌든 공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진동하고 소음 같은 게 발생했기 때문에 건물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을 거라고.."
시공사는 "증축 부분의 철근 누락 등으로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수·보강 공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대전시 감독 아래 진행된 만큼
책임 범위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서면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공사와 일부 피해자 간 입장 차이로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된 상황.
피해 대책 마련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대전시는 오는 10일 지하차도 개통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 장우창
그래픽: 조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