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고3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학생의 유서에는
"신고한 들 뭐가 달라지겠냐"며
자포자기한 심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학생이 숨지기 전
학교에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광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도대체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김 모 군이 수첩에 남긴 내용입니다.
김 군은 지난 11일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촘촘하게 피해 내용을 적은 수첩,
가슴에 남은 울분을 적은 유서가
가방에서 발견됐습니다.
수첩에는 같은 반 학생들이
지역비하를 하거나 동성애자로 불렀으며,
신발이나 학용품을 숨기거나
돌려주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따돌림이 계속돼 주위에 친구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은 또 '신고한 들 뭐가 달라지겠냐',
'이 나라는 가해자의 편'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고,
교사에게 따돌림 사실을 말했지만
다시 자신을 부르진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김복철 /김00 군 아버지
"'내가 죽어서라도 너의 발목을 잡고 싶다',
'유서 내용을 누군가 보면 조치를 해달라'
이런 내용을 보고 저는 마음이 찢어집니다."
유족도 사망 일주일 전
아들이 학폭을 호소하며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며
학교폭력방지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교사에게 말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복철 /김00 군 아버지
"학교폭력방지 위원회를 열어달라'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은'학교폭력은 없었다' 이렇게
답변하고 묵살해서… 살 수 있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학교 측은 그러나
교사가 학폭위 개최 요청을 묵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
"선생님 입장에서는 어머니랑 통화할 때
그런 학폭 얘기는 없었다 하는데, 이제
그것도 구체적인 것은 저희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유족은 김 군의 담임교사와 학생 8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MBC뉴스 김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