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월대보름인 오늘 낮 최고 기온이 16도
안팎까지 오르는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죠.
대보름 쥐불놀이도 유명하지만, 새봄 영농
시작을 앞두고 이맘때면 농촌 곳곳에서
논밭을 태우는 경우가 잦은데요.
해마다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특히 해충보다 오히려 이로운 벌레들이 더
많이 죽어 효과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윤웅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불길과 함께 연기까지 솟아오르는 한 텃밭.
불법 소각 단속을 나온 소방관과
농민 간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날아다니잖아요. 불씨가. 하지 마세요.
하지 마시고..
(이것만 남았으니까 내가 지키고 있잖아요)
안 돼요. 안돼. 안돼."
해마다 정월대보름 무렵부터 3월까지
농가에서 이뤄지는 논·밭두렁 소각.
허가 없이 부산물과 쓰레기 등을 모아
논밭에서 소각하는 것은 불법으로,
매년 단속이 이뤄져 과태료까지 부과하지만
논·밭두렁 태우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한종 / 논산소방서 연산안전센터 소방위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소각으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거나
사전신고 없이 불을 놓는 경우 과태료 처분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연평균 발생한 산불의 원인 가운데 2위가 바로 논·밭두렁 소각으로,
피해 면적만 해마다 74헥타르,
축구장 105개 크기에 달합니다.
흔히 벼멸구나 먹노린재처럼
농사에 해로운 벌레를 없애기 위해서라지만,
실제 농촌진흥청이 논·밭을 조사해보니
해충은 겨우 5~7%에 불과했고
80% 이상이 익충, 즉 이로운 벌레였습니다.
해충의 천적인 익충이 더 많이 죽다 보니
오히려 효과가 거의 없는 겁니다.
김광호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
"해충류, 익충류, 그리고 기타 절지동물이
한꺼번에 소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여기에는
해충류보다는 익충류 비중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소각 효과가 떨어지고요."
병충해 예방 효과도 없는 논밭 태우기로
소중한 산림이 사라지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이제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웅성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영
그래픽 : 정소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