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다 생을 마감한 희생자 14명의 유해가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 안치됐습니다.
70여 년 만에 그리던 고향 땅에 도착했지만,
낯선 땅에 잠든 희생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태극기로 감싼 유골함 14개가
천안에 있는 국립망향의동산에 들어옵니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흥얼거리던
아리랑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고달팠던 삶을
위로하듯 빗물이 눈물처럼 흐릅니다.
일제의 강제 징용이 절정이던 1940년대 초.
2천km 떨어진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가
탄광 등에서 고된 노동을 하다 광복을 맞았지만
국교 단절로 돌아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14명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이희관/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
" "아버지!"라고 불러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희관아!" 불러주시는 그 음성을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일부 희생자가 생전에 남긴 편지에는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과
깊은 설움을 가슴에 새긴 아픔이 담겼습니다.
비록 한 줌의 유골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습니다.
[문형동/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큰아버지가) 고향에 그렇게 많이 오고 싶어
했대요, 거기 남아계신 분들 말씀 들어보면.
그래서 그 한을 이번에 풀게 된 거죠."
사할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3만 명이 넘고
정부가 파악한 희생자 묘도 1천 3백 개가
넘습니다.
2013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7번의
봉환식이 열려 85명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낯선 땅에 잠든 희생자는 여전히 많습니다.
[윤종인/행정안전부 차관]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도록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해봉환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추도식에는 주한 일본대사관의
참사관도 참석해 희생자들에게 꽃을 바쳐
일부 유족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 그래픽: 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