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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②대전역 쪽방촌 '역사 속으로'/투데이

◀ 앵 커 ▶
개발의 청사진이 있다면 그늘도 있기 마련이죠.

백 년 넘게 서민의 삶의 터전이었던
대전역 주변의 쪽방촌은 여러 개발 사업으로
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승섭 기자가 보금자리를 잃게 된
쪽방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간판은 남 보여주기 부끄러워 가렸습니다.

빛바랜 '고추'라는 글자가
가게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91살 임희균 할아버지가 50년 동안 운영한
새마을방앗간.

장비가 녹슬기는 했어도
지금도 동네 사람들이 김장할 때면
고춧가루를 빻아 내주기도 합니다.

임희균 / 쪽방촌 주민
"(옛날에는 꽤 잘 됐어요. 장사도?) 잘 됐어요. 고추 잘 됐어. 하루에 천 근씩 팔았는데. 5남매를 다 여기서 (키웠다.)"

방앗간과 나란히 수십 년 세월을 지낸
쪽방 17가구는 아파트 개발로 지난주에
철거됐습니다.

새마을방앗간도 그렇게 될 겁니다.

 임희균 / 쪽방촌 주민
"섭섭한 거야 말도 못 하지. 어떻게 다 얘기하겠어. 섭섭하고 말고."


"아파트 개발로 사라지게 된 삼성시장길 쪽방촌. 하지만, 주민 3명은 아직도 이곳에 남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철거 보상금은 방 한 칸에 천만 원 남짓.

이사와 이주 비용을 더해도 손에 쥐는 건
얼마 안 됩니다.

이강무 / 쪽방촌 주민
"3천만 원 가지고 뭐 하는 거예요. 이사도 못 가고 세도 못 얻고. 그러니 답답하니까."

이곳과 지하차도를 사이에 두고
110여 가구가 사는 대전 역전길 쪽방촌이
있습니다.

여기는 대전시가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71살 박 모 씨는
또 짐을 싸야 하나 걱정입니다.

박 모 씨 / 쪽방촌 주민
"내가 또 이사 가야 하나. 또 가면 내가 능력이 되어서 돈 걱정 안 해도 되려나."

이 일대 쪽방촌에 사는 주민 10명 가운데 8명은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이들은 개발 논리에 평생의 터전을 내주고는
또 다른 쪽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조부활 / 대전 쪽방상담소장
"환경을 개선하고 도로를 내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보이거든요. 그런데 주무 부서인 관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했느냐."

대전시와 대전 동구는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추가 협의를 진행해
합리적인 철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승섭입니다.

이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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