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이
한 달 넘게 군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군 사격장에 나오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다 도저히 못 살겠다며
길거리로 나선 건데요.
이승섭 기자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80살 김순영 할머니는 대천사격장과
담벼락을 맞댄 집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암 투병을 했고,
할머니의 청력은 쇠약해졌습니다.
김 할머니는
군부대에서 나온 소음 등의 공해에
수십 년 동안 시달린 탓이라고 말합니다.
김순영 인근 주민
"우리 동네 사람들이 다 귀를 먹었어요.
포 나갈 때 연기같이 쏟는 것,
그게 이 마을로 다 쏟아져 들어와요."
이 마을의 주택 담벼락 곳곳에는
금이 가 있습니다.
마을 주민 가운데 26명은 암으로 숨졌습니다.
대천해수욕장이 코앞이지만
관광객은 떠나간 지 오래입니다.
김반월 인근 주민
"(포를) 쏘는 소리 듣고 애들이 다 놀라고,
자다가도 집에 가서도 깜짝깜짝 놀라서
애들이 일어나더래요. 그래서 안 와요.
아예 발 끊었어요."
대천사격장은 지난 1977년, 미군이 철수한 뒤
공군에 편입돼 해마다 백일 넘게
대공포와 미사일 훈련을 진행합니다.
지난해, 충남도와 보령시, 공군이
피해 주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말뿐이었습니다.
◀SYN▶
"이전하라! 이전하라!"
주민들은 군부대 앞에서 한 달 넘게
매일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군부대 이전과 함께 군과 지자체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태각 주민 대표
"군이 자국민이 이렇게 아파하는데 대꾸도
안 하고, 이게 국민의 군대냐 이거지."
보령시는 이제야 군부대의 공해가 마을에
끼치는 환경 영향을 관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섭 보령시 시정팀장
"(모니터링 결과가) 부대에 반영이 되어서
주민들한테 간접적으로나마 지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았고"
이동형 방음벽 등 소음을 줄이는 시설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주민들의 이해를 다시
한 번 구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내년부터 시행될
군소음피해보상법에 따라 1인당 최대 6만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하지만, 돈 몇 푼보다 중요한 건
주민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세입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