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남 부여군의 전직 부의장이던 한 의원이
여비서와 공무원에게 자신이 다니는
사이버대학 강의를 수년째 대신 듣게 하는
이른바 '갑질'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낸 과제까지 시킨 사실이
드러났는데 지난해 국민권익위에서
지방의원 갑질을 금지하는 등 행동강령을
강화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까지 충남 부여군의회 부의장을 맡았던
미래통합당 소속 정태영 의원.
바쁜 의정 활동 틈틈이
한 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에서
3년째 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온라인 강의에 출석한 사람은,
의회 비서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었습니다.
[A씨 / 前 부여군의회 직원(음성변조)]
"부탁을 하셔가지고...(사무실에서) 강의만 틀어놓고, 과제 조금 몇 가지 하고 이렇게..."
이게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당초에는 의회에 파견된
부여군 공무원에게
온라인 강의를 듣도록 했는데,
해당 공무원이 퇴직을 앞두자,
비서실 직원에게 떠넘긴 겁니다.
[정태영 의원(미래통합당)/부여군의회 전 부의장]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드릴 말씀 없고요, 죄송합니다."
비서실을 함께 썼던 전직 의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삼지 않다가,
최근 의회 구성을 놓고 잡음이 생기자
뒤늦게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송복섭 의원(더불어민주당)/부여군의회 前 의장]
"하는가 보다 하지, 그걸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는 없어요.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그렇잖아요?"
이같은 대리 수강을 막기 위해
사이버 대학은 출석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데,
정 의원은 대담하게도
자신의 공인인증서까지 맡기면서
대리수강을 요구했습니다.
[부여군의회 의원(음성변조)]
"의원이니까.. 부의장이 이것 좀 해 하면
안 할 직원이 어디 있냐고요, 안 할 직원이...
위력에 의한 강요라고 봅니다, 저희들은.."
공무원에게 퍼붓는 폭언은 예삿일이고,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했던
경북 예천군의회처럼
지방의회 갑질 파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보다 못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지방의원들의 '갑질'을 금지하는
행동강령까지 내놨지만,
여전히 현실에선 헛구호에 그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