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분권, 시민주권이 시대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치단체마다 주민자치 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지자체들은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를 실시하고 있고, 태안군은
이장 직선제까지 도입했는데 취지는 좋지만
제도 정착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문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태안군은 올해부터 187개 마을의 이장을
주민 투표로 뽑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마을 총회나 개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읍·면장이 임명했는데
주민 손으로 직접 이장을 뽑는 겁니다.
[맹천호 태안군 행정지원과장]
"(후보) 사전 조율을 좀 하더라고요.
출마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현 이장님
눈치를 본다든가 여러 가지 이런 폐단이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자유롭게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도록.."
세종시와 논산 등 충남 일부 시군에서는
읍면동장 시민 추천제를 확대하는 추세이고,
대전시는 8개 동에서 내부 공모로 동장을
뽑는 시범사업을 올해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올 초 임기가 끝난 태안군
47개 마을에서 직선제로 이장을 뽑았더니
80% 이상이 단독 후보로, 사실상 직선제가
의미가 없었습니다.
군은 다시 규칙을 개정해 단독 후보도
찬반 투표를 통해 주민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전히 우려가 있습니다.
[김경배 태안군 안면읍 정당 1리 이장]
"단독 후보 시에 찬반 유무를 물을 때는
주민들이 그래도 힘을 좀 실어줘야 하는데
거기서 간신히 2~3표 차이로 통과가 되면
오히려 그게 마을을 위해 일하는 데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선거 요령부터, 주민자치에
대한 훈련이 돼 있지 않다 보니
기존 행태가 답습되고 시행착오도 있습니다.
실제 당진시는 일부 동장과 면장을
전국에서 공모하는 이른바 읍면동장
개방형 직위를 시행했다 적격자가 없다며
기존대로 내년에 공무원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행정조직이 아닌 마을 단위에선
고민이 더 커집니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이장 직선제의 경우) 주민대표 조직으로서
당위성이 얼마큼 있을지, 그리고 단위도
작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서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에 대한 문제가 또 있어요.
마을단위별로. 그걸 누가 수렴할 것인지..."
시대적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적
뒷받침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자격, 기능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박도현 대전시 자치분권팀장]
"온전하게 법으로 제도화 돼야 그 법에
기초해서 그 조직(주민자치회)을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게 없기 때문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거죠."
지방 행정을 주민 스스로 처리하는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1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 주민 간
소통과 신뢰 그리고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역시 시급합니다.
MBC뉴스 문은선입니다.
(영상취재: 여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