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노인유치원'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노인성 질환 등을 앓는 어르신들이
유치원 다니듯 낮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시설인 노인주간보호센터의 다른 이름인데요.
100세 시대를 맞아 이런 노인유치원이
우리 사회 신풍속으로 등장했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노인유치원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한 건물 앞에 승합차가 멈추더니
하나둘 어르신들이 내립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날씨 많이 춥죠?"
도착하자마자 간식을 먹으며
열이 나지 않는지, 혈압은 어떤지
건강 상태도 살피고, 먹어야 할 약도 챙깁니다.
"오늘도~ 즐겁고! 신나고~"
음악 선생님과는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를 접는 등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배웁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짧게 낮잠을 자는 등
대상이 예닐곱 살 어린이가 아닐 뿐,
영락없는 유치원 풍경입니다.
[신정춘(87살)/아산시 탕정면]
"매일 오고 싶어, 집에 있는 건 싫어. 여기 오는 게 더 좋아, 즐겁잖아. 여기서 여럿이 하니까..."
정식 명칭은 거동이 다소 불편하거나
경증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이 낮 시간에
집과 가까운 곳에서 돌봄을 받는 주간보호센터,
하지만 노인유치원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무료하지 않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가벼운 운동 치료도 가능해 체력을 키우고
치매 진행 속도도 늦추게 됩니다.
[김부용(80살)/천안시 봉명동]
"운동도 하고, 노래도 하고...혼자 있으면
(밥) 챙겨 먹기가 허리가 안 좋으니까 힘든데,
여기 오니까 챙겨주는 거 먹고."
요양원과 가장 다른 점은 대여섯 시면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는 겁니다.
비용도 건강보험에 통합 징수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받아 15%만 부담하면 돼
식사와 간식비까지 월 20만 원 안팎입니다.
[양구희/아산 00노인주간보호센터 대표]
"가족들은 그 시간 동안 부양 부담이, 본인 일에 전념하면서 저녁에 만나서 더 즐겁게 지내실 수 있어서 가족관계를 더 강화해주는.."
이런 노인유치원은 천안과 아산에만 70여 곳,
대전은 140곳이 들어섰습니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문을 닫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노인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내 집 앞은 싫다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 걸림돌입니다.
[이광섭/천안 00노인주간보호센터 운영자]
"선입견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계시다 보니까 뭐 조금 더 우울해진다, 가라앉는 느낌 때문에 그러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노인이 돼서도 인생을 즐기고픈 어르신들,
노인유치원이 100세 시대, 우리 사회
신풍속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