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축하

엄마께 죄송한 마음 전해주세요.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늘 방송을 듣는 26세 대학원생이에요.
매일 듣기만하다 이렇게 사연 보내려니 조금 쑥스러운 마음이 앞서네요.

저는 올 10월 결혼을 앞두고 엄마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많아 이렇게 사연 부탁드립니다.
시집와서부터 넋넋치 못한 살림에 28년째 맞벌이를 하시며 저와 오빠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머니까지 모시고 살며 고된날도 많았을텐데, 단 한번도 힘든내색 하지 않으셨던 엄마. 나 고3되던해에 갑작스럽게 쓰러지신 아빠때문에 마음에 무거운 짐 하나 더 얹어놓은 우리엄마.

야쿠르트 배달하며 단 한번도 웃음잃지 않으셨던 엄마.
나보다 오빠를 더 예뻐하는것 같아 나를 질투나게 했던 엄마.

엄마, 나에게 있어 엄마에게 붙는 수식어는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
이런말 저런말 엄마에게 하고싶은말 너무 많은데, 난 왜이렇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나.
내가 속썩일때마다 그리고 공부하며 스트레스 부릴때마다... 그리고 아플때마다 빨리 시집이나 가버리라는 엄마말이 조금 야속하기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엄마 말 처럼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하게되나봐.
처음에는 얼른 결혼해서 보란듯이 잘 살아야지! 라는 마음이 앞섰는데, 하루하루 결혼날짜가 다가오고 이런저런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마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새삼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지난해부터 아픈 나를 보면서 걱정만하는 엄마 생각을 할때면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여...
아프지 마라! 너 시집가서도 아프면 리콜 들어온다! 라는 아빠의 말에 엄마는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건강해지라고 몸에 좋은 음식 해주는 엄마 보면서 또한번 울었어요.
세상 모든 엄마들이 딸 시집보낼때 몸에 좋은거 이것저것 해주시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건 특별해.

남들처럼 직장생활하며 돈벌어서 시집가야 하는데, 뭐가그리 급하다고 공부하는 중간에 시집간다는건지...
내가 봐도 내가 갑갑스러운데 엄마는 오죽하겠어.
그래도 이런저런 말 없이 그냥 맘편히 가라는 엄마의 말이 내 마음을 더 미안하게 만들어요.
넋넋치 않은 형편이라는거 뻔히 아는데...
도움도 못되고 시집가서 너무 미안해 엄마.

이제 나 가고나면 아빠랑 엄마랑 더 적적해질텐데...
시집가서 엄마아빠 호강시켜줄께요.
그리고 이제껏 하지못한 사랑한다는 말... 꼭 하고싶어요.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