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인물이 잘나서도 아니고 언변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유난히 밝은 표정과 화사한 웃음 때문이었어요. 

저보다 2년 먼저 입사한 그 선배는 다리에 장애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다리를 일곱 번에 걸쳐 수술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남아 걸음이 좀 불편하죠. 

다리가 불편한 그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늘 웃는 얼굴이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그만 보면 저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제 마음에 조금씩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죠.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사내방송을 통해 라디오가 나왔는데요. 

라디오에서 그 사람 얘기가 나오는 거였어요. 

오래 지켜봐온 사람이 있는데 자신의 장애 때문에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구요. 

자기가 짐이 될까봐, 두렵다구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린 사랑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7년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반대가 심해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살고 있지만

처음처럼, 지금도 행복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만남은, 우리 남편 최정석씨예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오래 오래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