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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물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치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 전의 일입니다.

몸이 편치 않으셨던 아버지는 “ 막내 장가가는 것만 보면 언제 죽어도 원이 없겠다 ” 고

버릇처럼 말씀하시더니, 내가 결혼 한 이듬해 봄에,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 허망한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그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엄마는 “ 일주일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 “ 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고 안 계신 방에 자식들도 각자의

터전으로 떠나 가고나면 혼자 계실 엄마가 무섭게 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엄마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였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느라 식구들이 입맛을 잃었을 거라며

엄마는 많은 양의 돼지 갈비를 준비하셨습니다. 사실 엄마표 돼지 갈비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식탁위에 아버지의 수저도 놓으셨습니다.

우리는 혹시나 엄마가 일부러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엄마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던 오랜 습관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눈길을 바라보신 엄마는 그제서야 아버지의 수저를 조심스레 치우려고

하셨습니다. “ 엄마, 치우지마. 아버지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모두 모여서 돼지 갈비를

먹는 거잖아. 그냥 먹자 ” 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갈비를 드셨고, 아내는 정성스레 접시에 갈비를 담아 아버지의 수저 옆에 놓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들은 모두 체했습니다. 밤새도록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고,

손가락을 따주고, 소화제를 먹었지만, 가슴 한 구석의 답답한 체증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새벽 무렵, 다른 식구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잠을 못 이루시는 엄마에게

내가 말했습니다. “ 엄마, 체해서 아파도 이렇게 모두 모여서 아프니까 괜찮네.

서로 등도 쓸어 줄 수 있으니까 좋잖아, 사실 한 식구지만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 전화도 못 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모두 모여

잠이라도 함께 잘 수 있는 거, 그게 아버지가 떠나시면서 우리에게 주고 간 선물인

것 같아 ”

  나는 다른 식구들이 깰까 봐 작은 소리로 말했고 엄마는 내 말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시다가 끝내는 목 놓아 통곡하셨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울기 전부터 잠에서 깨어 있던 아내와 식구들은 눈을 감고 누운 채

조금씩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눈물로, 그 통곡으로 우리 식구들

가슴에 남아있던 답답한 체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소중한 선물, 그것은 가족의 사랑이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가슴으로 받은 아버지의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오늘도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청곡은 인순이의 아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