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게시판

아들이 준 최고의 선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한지 10여년이 넘었습니다. 10여년 이란 시간동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정규직 직원들은 진급을 하네, 월급이 올랐네 라고 말을 하며 승진턱을 낼 때, 저는 그것을 옆에서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없다보니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택시를 탈 수 없었고, 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 간식거리라도 사갖고 들어가려면 택시비를 아껴야 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내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아도 여건이 안되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와 아내는 아들 앞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많이 다투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들은 이런 부모의 한심한 모습이 듣기도 보기도 싫었는지 귀를 손으로 막아버립니다.

이때서야 안되겠다. 차라리 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우자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날도 아내와 아들 유치원비 문제로 옥신각신 하다 싸움을 하게 되었죠.

이날은 다른 때와 달리 너무 큰 소리를 내며 싸웠는지 평소 잘 울지 않던 아들이 울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얼른 아들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아들아 미안하다 이젠 다시는 엄마랑 안 싸울게 약속하자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아이스크림 가계로 향했죠.

아이스크림 가계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아빠랑 엄마랑 싸우는 게 보기 싫지?”

“엉 아빠 이젠 엄마랑 싸우지마 무서워. 그런데 아빠는 왜 엄마랑 자꾸 싸우는 거야?”

“그건 아빠가 돈을 많이 못 벌어다줘서 엄마가 힘이 들어서 그러는 거야”

“그럼 돈 많이 벌면 되쟎아”

“그렇긴 하지 그런데 돈 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버는 게 아니란다 너도 아빠처럼 커보면 알 거야”

“아빠 나 돈 많아 아빠 돈 필요하면 가져가”

“우리 아들이 돈 많이 있다고? 어디에 있는데?”

“돼지 저금통에 되게 많아 가득 있어. 이걸로 아빠 엄마 맛있는거 사먹어 그리고 싸우지 말고”

아들의 이런 천진난만한 말 한마디를 들으니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효자네, 아빠는 괜챦으니까 우리 아들 돼지 저금통에 있는 돈으로 맛있는거 사먹어라”

아들 손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저를 보자 마자 “내일 까지 유치원비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젠 아들 돌반지도 다 팔아서 없어”

순간 막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담배만 연신 피우게 되었습니다.

이날 저녁 아들 유치원비, 회사 문제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보고 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을 느꼈는지 혼자 방으로 들어가 놀고 있었죠.

아들은 무엇을 만드는지 방안에서 한참을 앉아 가위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있으니, 아들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왔습니다.

조막만한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달력을 조그맣게 자른 종이였죠.

아들은 저를 보자 마자 “아빠 내가 선물 줄까? 나 돈 많은데 만원도 있고, 천원도 있고, 백원도 있어”

“우리 아들 돈 많다고? 아빠한테 보여줄래?”

아들이 건네준 종이를 보니 종이에는 연필로 백원, 천원, 만원 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이젠 안 싸울 거지? 내가 돈 많이 줬으니까 싸우지마”

아들의 이런 행동에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닦으며 아들에게 말했죠.

“아들아 고마워 우리 아들이 준 돈으로 아빠 부자가 되겠네”

“아니야, 아빠가 돈 더 필요하면 내가 더 많이 만들어 줄 수 있어.”

이 모습을 아내도 보게 되었고, 아내는 아들 곁으로 다가와 안아주었습니다.

“엄마, 내가 엄마 지갑에도 돈 넣었어”

아들이 말 한데로 아내는 지갑을 열어보았고, 아내의 지갑 속에는 돈 대신 하얀 종이들로 가득했습니다.

눈물도 나오고 웃음도 나오더군요.

저는 그날 아들이 준 종이돈 때문에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돈 으로 싸우는 일이 절대 안 생기도록 노력을 했죠.

아들이 이렇게 아빠 엄마를 위해 밤새 돈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싸울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아들아 사랑하고 고맙다. 네가 만들어준 돈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한단다.


신청곡 : 푸른하늘 - 푸른하늘


ps: 혹시 사연이 소개된다면 제 이름은 가명으로 꼭 부탁드릴께요. 아들을 생각하면 알리고 싶은 내용이지만 잘못한 행동을 한 부모의 입장에서 이름을 밝히고 싶지가 않네요. 그리고 아들에게 아빠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요.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