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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선물 \'아내\'
안녕하세요? FM 모닝쇼 이은하님.
오늘 아침 운동하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이라는 제목을 듣고 못쓰는 글이나마 사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58세된 전직 체육교사 입니다.
아내와 저는 81년도에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던 중 85년도에 제가당뇨 진단을 받았으나 워낙에 술을
좋아하고 튼튼한 체력(180cm 뭄무게 104kg)을 핑계삼아 건강관리를 전혀하지 않았습니다.
술때문에 아내와 가끔 다투는 것 외에는 두 아들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며 무난하게 살던 중 2000년도부터는
합병증이 오기 시작하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시력도 떨어지고 부정맥이와서 왼쪽 가슴에 인공심장박동기까지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를 하였으나, 2005년엔 신부전증으로 투석권유까지 받았고 투석치료를 잘하면 5년 정도는 살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충대병원로비에서 하염없이 울던
아내가 나지막히 "걱정마 내가 신장하나 줄께" 하더군요.
그러나 나도 건강하지 못한데 아내까지 그럴수는 없다고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루 4번 4시간마다 해야하는 복막투석.
사람이 사는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나날이 지쳐갔고 삶의 의지마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2007년 8월 어느날 아내가 서울아산병원에 예약해 놓았다며 이식에 필요한 검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교차반응검사결과 피한방울 안섞인 아내와 제가 이식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망설이는 저에게 "나에게 남은 수명이 30년이라면 15년씩 나누어 갖자."고 간곡히 말하는 순간 저는 돌아가신
장인, 장모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귀하게 키운딸 데려다 호강도 못시키고 젊은날엔 술먹고 속썪여..
50도 안된 나이에 온갖 병치레...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주위에선 그렇게 힘든 생활하는지 눈치채는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2008년 1월 10일 처가집엔 알리지도 못하고 두아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수술실 앞에서 만난 아내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습니다. 겁이 많아 귀도 못뚫던 사람이 저를 향해 힘껏 웃더군요.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퇴원하는 아내를 보지도 못하고 한달동안 중환자실과 무균실을 오가며
무사히 회복하여 퇴원하였으나 집에서의 회복기에 또다시 아내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로써 수술한지 2년 7개월.
직장에서는 명예퇴직하고 운동과 붓글씨에 전념하며 새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식을 안했더라면 5년의 시한부 생명이 올해 끝났을 것입니다.
지금부터의 인생은 덤이겠지요..
남은 인생 아내와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도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돌이켜보니 너무도 고마운 분들이 많네요,
힘들때마다 격려해 주시던 교장선생님과 동료들, 간병인도 마다하고 우리들 하나씩 맡아 간호하던
큰아들, 작은아들, 친구들 ..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FM 모닝쇼를 통하여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게 저려오는 나의 반쪽 홍점순 여사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 할만 하겠죠? 지루한 얘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저는 2008년까지 대성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를 지낸 정구태 라고 합니다.
신청곡 - 김광석의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