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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최고의 선물

 

사람이 이세상 태어나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무엇일까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몇십년을 살면서 누군가에게서 받은 몇가지의 선물이 내생에 최고의 선물로 뽑아보았습니다. 사랑이 담긴 의미있는 선물은 있었지만 내생에 최고의 선물로 뽑기에는 뭔가가 부족한것 같았죠.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 회원증을 꺼내다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 속에는 아버지께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순간 오래전 아주 어렸을적 들판에서 놀고 있던 저를 불러 아버지는 작은할아버지 하얀고무신을 깨끗이 씻어서 햇빛에 말리라고 하셨습니다.

작은할아버지는 저희아버지를 무척 아끼시고 사랑하셨습니다.

궁류면 면장이셨던 할아버지는 퇴근하시면 꼭 저희집에 들리셨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하얀 할아버지의 고무신을 씻으라고 하셨죠. 고무신을 깨끗이 씻어서 말려놓으면 아버지는 제에게 ‘잘했다. 고맙다’는 마음을 작은 미소로 건네셨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보고 그런 미소를 지어보이시면 나는 정말 최고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미소짓는 모습을 좋아한 저는 친구들과 놀다가도 할아버지가 퇴근하셔서 저희집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쏜살같이 뛰어가서 할아버지가 벗으 놓으신 햐얀 고무신을 아버지가 시키지 않아도 씻어서 담장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난 언제까지나 작은 할아버지의 하얀 고무신 빠는 일이 계속 되기를 바랬습니다.

너무나 행복한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퇴근하시면 꼭 저희집에 들리시는게 고무신을 빨아달라고 오시는것 같았습니다.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저의 행동에 아버지와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미소를 보내며 지켜보고 흐뭇해 하셨답니다.

하얀고무신을 신고 이십리 길을 면사무소로 오고가면 금방 까만 고무신으로 변해버린답니다. 그 고무신을 비누로 묻혀서 쓱쓱 문지르면 제 마음도 밝아지고 맑아졌습니다.

말려놓은 고무신을 바라보며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저도 미소를 보냈습니다.

미소짓고 계신 아버지의 한 장의 사진은 그때의 일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일이 흡사 방금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행복한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삼십년이 넘은 아주 아득한 기억의 거리도 이토록 짧아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문득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다시 오신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여기 살아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구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를 그대로 빼닮은 저를 동네 친척 어르신들은 “미소짓는 얼굴이 영락없이 아버지를 닮았네”하고 말씀하시곤 하십니다.

내생에 최고의 선물은 아버지가 저에게 남겨주신 미소였습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남겨주신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보고싶어도 참고 힘들어도 울지 않겠습니다.

“지금 그래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김광석-바람이 불어오는곳, 넬-기억을 걷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