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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일 필요없는 내생애 최고의 선물은...
제목 : 내생애 최고의 선물.
제 나이 42!
살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너는 부모님과, 네 자식이 강물에 빠졌다면 누구부터 구할텐가?"
순간 딜레마에 빠지고맙니다.
결혼전엔 당연히 부모님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보니 망설여집니다.
저는 딸부잣집 외아들로 부모님으로부터 온갖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자라는 내내 외로웠습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일들을 할수가 없었고, 제가 가고자했던 길목엔 부모님께서 늘 장애물처럼 버티고 계셨습니다. 말대꾸하고 반항하는 제게 부모님께선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미울때가 많았습니다. 집안에 남자라고는 아버지와 저뿐이어서 제 고민을 남자대 남자로 아버지께 털어놓으면 다음날 어머님께서 꾸지람이 섞인 답변을 주셨으니, 어느때부터인가 전 아버지를 배신자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후론 아버지와 제 고민으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네요. 어머님의 저에대한 사랑은 정말 지극정성이셨습니다.공무원이셨던 아버님 월급으로 6형제를 모두 대학에 보내셨으니 살림은 빠듯하기 그지없으셨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에관한 것이라면 아끼지 않으셨어요. 고 3때의 일인가요?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저는 그만 가출을 결심하고, 동생이 애써모은 돼지저금통 하나 들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는 생각으로
서울에 가면 돈도 많이벌 수 있고, 공부로서가 아닌 제 능력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었나봅니다.
가출한지 3일째 되던날,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두려움이 커질수록 가장 보고싶은 사람은 부모님이었습니다.
새벽 첫기차를 타고 내려와 조용히 대문앞에 섰습니다. 저 멀리 현관 창문으로 보이는건 안절부절 못하시며 이방 저방을 오가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였습니다. 혹시라도 이제 오려나 수시로 대문쪽을 쳐다보시던 어머니와 얼굴이 마주쳤습니다.
그렇게 우시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맨발차림으로 그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뿌리를 밟으시며 달려와 저를 안아주셨을때의 느낌은 지금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해올만큼 죄송스럽고, 벅찹니다. 그리곤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어느덧, 세상의 모든근심과 걱정을 다 짊어진것같은 무겁디 무거운 세월을 지나 가정을 꾸린지 1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부모입장이 되고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집안의 가장이기때문에 아내와 자녀위주로 생각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이글을 쓰기로 마음먹고부턴 제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아들이 아팠을땐 밤새 잠못이루고, 날이 새자마자 병원부터 데리고가는 정성을 보였는데, 어머니께서 편찮으실땐 '어디 편찮으셔? 병원에 꼭 가보셔야돼.'라는 불효를 저질렀단걸 알게됐습니다.
큰 누님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식낳고 살아보니 둘도 키우고 힘든데 어떻게 6남매를 대학까지 보내셨을까? 엄만 정말 대단하셔.' 하지만 말뿐이었습니다. 자식들은 그저 어렸을때부터 봐왔던 강하고 억척같은 엄마로만 생각하지 나이들수록 약해지고,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엄마? 어머니? 먹고살기 바쁘다고 전화로만 안부 물으시는건 아닌가요?
바쁜데 뭐하러오냐며 전화끊고 혹시라도 찾아올 자식에게 따뜻한 밥한숟갈 주시려고 밤잠 못주무신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보셨나요? 이제야 알것 같아요. 물에빠진 부모와 자식중 누굴 구해낼거냐고 묻는다면, 그런 잔인한 질문을 다시 받게된다면 저는 부모님을 먼저 구할것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질문을 받고싶진 않아요.
지금도 자식걱정에 잠못이루시는 어머니를 저는 제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은만큼 드릴순 없겠지만 남은시간동안 제가 드릴 수 있는 모든것을 드릴생각입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만 바랄뿐입니다. 그 외에것은 제몫이죠. 어머니,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아내와 아들에겐 조금 미안하군요. 이해해줄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