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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들어준 최고의 선물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제가 한참 중.고등학교 시절을보내고 있을때에는 TV보다 라디오가 최고였던 시절이었고

좋아하는 노래를 오래 듣기 위해 녹음버튼에 손을 올려 놓고 라디오에 그 노래가 나올때 까지 몇날 며칠을 기다려

야 했습니다. 

학교에 등교하면 친구들은 으레 박소현의 FM데이트와 이문세의 별이빛나는 밤에에 나왔던 재미있는 사연들을

이야기 했고, 어떻게 하면 자기 사연이 뽑힐수 있을까 예쁜 손편지를 정성껏 꾸미기도 했었더랬죠~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라디오가 없었던 저에게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림의 떡일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유행하던 Son* 워크맨, 아이* 워크맨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조르고 졸랐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나중

에"란 말뿐이었어요. 저도 어깃장만 부리는 철없는 아이는 아니었기에 꿈에 그리던 라디오를 포기하고 있던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제방에 낡고 커다란 라디오 한대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제일큰 건전지 8개가 들어가는, 힙합소년이 어깨에 매고 춤추다 관절염 걸릴법한 탱크같은 중고 라디오가

제눈에 어찌나 이뻐보이던지요. 먼지가 폴폴 쌓인 라디오를 꼭 끌어안고 스피커에 귀를 대고 주파수를 맞추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더군다나 녹음 기능까지 있어던 그 라디오는 단숨에 저의 보물 1호가 되었답

니다. 

알고 봤더니 매일 라디오 타령을 하는 제가 안쓰러운 어머니가 삼촌 댁에 있는 고장난 라디오를 수리해 가져온것

이었고, 그렇게 고장난 라디오는 학생시절 저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어 줬습니다. 

  그 이후로 저의 생활에서 라디오는 뗄레야 뗄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고교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대학입시

를 준비했고, 대학에 간 후에는 등하교를 하면서 FM모닝쇼와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군대시절, 병장이 된 제가 제일 처음으로 한일은 뭔지 아세요? 바로 집에 있는 작은 라디오를 가져온 것

이었습니다. 

  지금 나이 32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전 라디오를 자장가로 듣고 있습니다. ^-^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제 뒤에선 라디오가 여전히 재잘거리며 제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네요. 

  이렇듯 라디오는 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지만 진짜 라디오가 저에게 준 큰 선물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10월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선물해 준것이죠~ 어떻게 라디오가 여자친구까지 선물해줬냐고요?

옥천에서 같이 근무했던 저와 여자친구는 시외버스에서 처음 만났고 옆자리에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

었죠. 둘다 라디오를 좋아했기에 출근길엔 항상 한쪽 귀씩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FM모닝쇼를 들었는데요~

서로 호감이 있었지만 어떻게 고백을 해야할지 고민했던 전 라디오에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가 흘러나올때 여자친

구의 손을 꼬옥 잡아버렸고 그다음부터 우리는 연인이 되어 어느새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답니다.

부모님께 선물받은 중고 라디오가  결혼까지 시켜준셈인거죠~!!!
 
어때요 정말 저에게는 최고의 선물 맞죠~~~?

예자친구의 손을 꼭 잡게 만든 그노래 신청합니다.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