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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최고의 선물
친정엄마께서 결혼하기 전날밤에 저에게 통장을 하나 내밀었습니다.
통장잔액은 제법 큰 액수였습니다.
"엄마, 이건뭐야, 왜 이런걸 나한테 주는거야."
"이건 엄마가 아버지 모르게 조금씩 모은돈인데 너가 꼭 필요할때 요긴하게 쓰라고"
저희 친정집은 젖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젖소는 제가 학교 다닐때 부터 알고 있는 친구부터 새끼들이 몇마리 됩니다. 부모님은 젖소를 키우면서 저희 3형제 키우셨습니다.
저는 맏딸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떼쓰기를 몇일한적이 있습니다.
젖소 키워서 학비 보태고 생활비하고 그러면 저축해 둔 돈도 없는데 저는 저희집이 부자라고 생각했는지 부모님의 속을 처음으로 썩혔습니다.
제가 대학때까지 부족함없이 자랐거든요. 큰딸에 3형제 중에 머리도 좀 되고..친정엄마는 시골분이시지만 학교학부모님들중 치맛바람을 휘날리시던 분이기도 하셨습니다.
엄마에게 필요한것 말만 하면 그다음날 제손이 쥐어주셨던 엄마였습니다.
유학가는것도 말만 하면 되는줄 알고 떼쓰면 되는줄알고 몇날을 시위했습니다.
보다못한 막내 외삼춘이 저를 불러 진숙이 너네집은 부자가 아니라는걸 몇시간동안 앉혀놓고 이해와 설득을 시켰습니다.
대학도 졸업하고 어느정도 집사정을 알았을 나이였는데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습니다. 바보같이 말입니다.
제가 결혼하기전 통장이 하나 있습니다. 결혼후 아이가 태어나 저같이 떼쓰는 일이 생길까봐서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서 저금을 하였죠. 남편도 친정엄마도 모르는 통장입니다. 아직까지도 저만알고 있는 통장이랍니다.
결혼하기 전날밤 친정엄마께서 주신 통장은 특별히 쓸만한 일이 없어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날밤 엄마가 통장을 저에게 건넬때 부터 저는 제가 조금씩 모아둔 통장과 함께 제아이에게 쓸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아서 아이의 장래를 계획하진 않겠지만 아이가 대학졸업후 혹은 재학중에 저같은 마음을 먹을때 망설임없이 통장을 내밀것입니다.
친정엄마가 결혼하기 전날밤에 주신 통장이 제생애 최고의 선물이 되기도 하였고 몇십년후 저의 두아이에게도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될것입니다.
20년 동안 조금씩 저축하면 제가 뜻하는 바가 이루어 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