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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즐2 편지쇼

그리운 아버지께 (이정희님 사연)

그리운 아버지께

 

아버지, 저희 삼남매 지난주에 아버지와 함께 여행 갔던 계곡에 다녀왔어요. 찌는 듯한 도시의 태양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날씨도 너무 좋고 계곡물도 어찌나 깨끗한지 몸도 마음도 시원하게 정화시키는 시간이었지요. 저희 삼남매 부부 함께 모여 아버지 얘기도 많이 나누고 아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물놀이도 하고 다슬기도 잡고 고기도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신 듯 유독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일생동안 깊이 사랑하며 참 좋은 동반자였던 아내를 여의고 아버지께선 부쩍 더 허전해하시고 우울해 하셨죠. 어머니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드리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추억이 생기면 이따금씩은 기쁨을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축 처져 여행 가자는 말에도 심드렁해 하시는 아버지와 친구처럼 다정하셨던 작은아버지도 함께 모시고 우리가족 모두 계곡으로 놀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계곡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시면서 어찌나 즐거워하시고 행복해 하시는지 식사하시라고 몇 번을 불러도 나중에 드시겠다며 아이들처럼 물놀이에 지칠 줄 모르셨죠. 웃다보니 하루해가 저물어 집에 가려고 짐을 챙기는데도 두 분은 계곡바위에 앉아 꼼짝도 안하셨죠.

 

나중에 또 오자며 아이 달래듯 하는데 사실은 바위에 버려진 기름이 있는 줄 모르고 앉았다가 옷을 다 버리는 바람에 난처해하시는 두분을 모시고 가까운 시장에 가서 옷을 사드리니 다시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새 옷이라고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아버지, 그날 하루만큼은 자식인 제가 부모가 된 듯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웃음에 저희 가족들도 모두 참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아버지, 평생 금슬이 좋으셨던 어머니 다시 만나 행복하시지요? 아버지어머니의 사랑으로 저희들 잘 살고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두분의 귀한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