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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로컬방송

일반사연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일상

오늘 오랫만에 비가 아침부터 비가 오기에 기쁜 마음이었지요.
요사이 고추밭만 보면 마음이 불편했는데 오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복숭아 솎아내기와 봉지씌우기를 하느라고 고추밭의 가뭄에 손을 놓고 있었더니 강한 햇빛에 고추가 버티지를 못하고 하나 둘씩 시들시들 하더니 그만 여러 그루가 말라 죽었지요.
다시 옮겨 심어야지 하면서도 시간을 낼 수 없었지요.
 봉지 씌우기도 거의 끝냈고, 비도 오니 다른 일을 할 수 없기에 시장에 들렀지요.
그런데 고추모가 거의 다 나가서 온전한 것이 없어 마음이 불편했지요.
그나마 있는 것은 제때 팔리지 않아 이리저리 줄기가 휘어진 마음에 안드는 모가 그것도 겨우 30여개가 고작이었지요.
아쉬우니까 그거라도 사서 기차를 타고 시골로 갔지요.
고마운 비를 맞으며 잘 뿌리를 내려 수확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정성껏 심었지요.
내가 이렇듯 농사 짓기를 하는 것이 내 스스로 대견합니다.
시집 오기 전에는 농사 짓기를 전혀 하지 않아서 농사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에서도 농삿일이 보입니다.
논에 심어져 이제는 땅맛을 보고 잘 자라는 모가 기특하고, 감자꽃이 핀 것을 보면 이제 감자가 들어 가는 것이 보이고, 누렿게 보리가 익은 것을 보고 가뭄을 알기도 합니다.
찔레꽃이 피는 시기에는 가뭄이 든다고 걱정하는 것을 알기도 하지요.
요사이는 지청구이던 뽕나무에서 오디가 까맣게 익은 것만 따먹는 즐거움도 만끽하고, 좀 입안이 텁텁하면 빨갛게 익은 앵두를 따서 먹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골의 먹거리에도 익숙해져 소박한 맛과 즐거움도 압니다.
가끔 만나는 두꺼비를 보아도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휴대폰에 사진을 찍어서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자랑질도 합니다.
시골의 일이 고단하고 돈벌이도 그리 시원치 않아도 지금의 일을 사랑합니다.
나이들어 시골에 살고 싶어하는 로망이 난 남보다  일찍 이루어진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