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남성이
친형의 이름으로 살면서 가정을 꾸리고
고객들의 1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갖고 잠적한 소식, 어제 보도해 드렸는데요.
피해자들은 형이 명의를 빌려줬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며 형과 부인을
명의도용 방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인데,
취재진과 만난 형 부부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호소했습니다.
윤웅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뒤,
형의 이름으로 살아온 김 모 씨.
15년 전 가정까지 꾸리고
부동산 중개업을 해오다 지난해 말,
처가에서 빌린 돈과 투자금 등
10억여 원을 갖고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피해자들은 김 씨가 친형 부부의
도움 없인 명의 도용 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김 씨는 물론, 친형 부부도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실제로 김 씨가 최근까지 운영했던
부동산은 형수가 대표로 돼 있고
김 씨는 형의 이름을 쓰며,
중개보조원으로 태연히 일해 왔습니다.
투자 피해자
"(휴대전화, 계좌 등) 해달라는 걸 너무
다 해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볼 땐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나.. 이런 생각도
해보고.."
취재진은 어렵게 친형 부부를 직접
만났습니다.
김 씨의 형은 명의를 빌려준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자신들도 김 씨에게 빌려준
카드 등으로 7천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된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김 씨 친형
"카드 쪽으로는 한 4천, 집사람은
장인어른이 투자하면 월세를 주겠다..
그래서 3천만 원.."
또, 부동산 중개업을 오래 한 동생 권유로
일을 배우기 위해 사무실을 함께
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씨는 20여 년 전 예비군 훈련을
불참해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형의 명의를 빌려 생활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여러 차례 신분을 되찾으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는 게 형의 이야기입니다.
김 씨 친형
"예비군 훈련 때문이다. 그거 이 사람아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뭐 동원 훈련
잡아갈까 봐? (김 씨가) 내가 지금까지 김OO
(형 이름)로 살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접수한
구청은 조만간 김 씨의 형수를 상대로
등록취소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경찰은 김 씨 행적을 쫓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웅성입니다.
(영상취재 : 양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