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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당신이 잠든 사이..전차선 노동자의 삶/투데이

◀앵커▶

우리 사회 노동 안전의 사각지대는 왜 이리

많을까요?



모두가 잠든 새벽, 십여미터 높이의 허공에서 수만볼트의 고압선을 관리하며 열차가 달릴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330여 명에 달하는 전차선

노동자들인데, 미흡한 안전장치에 의지한 채

매일 작업에 나서면서 한해에만 10명 넘게

다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장과 어려움을

김광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막차 운행이 끝난 철길 위로

사람들을 태운 작업 차량이 들어옵니다.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바삐 잰걸음을 옮기는 이들.



철도의 전기 장치를 유지 보수하는,

일명 '전차선 노동자'입니다.



첫차 운행 전까지 짧은 시간동안만

전기를 끊고 작업할 수 있어,

매일 시간에 쫓기며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배정만 / 민주노총 전차선지부 지부장] 
"지역마다 단전 작업이 다른데, 여긴 아마 3시간 반, 3시간 정도 작업을 할 거예요."



한걸음 옮길 때마다 허리춤에선

철컹 철컹 쇳소리가 납니다.



펜치 말고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장비들,

이것저것 다 매달면 10kg이 훌쩍 넘습니다.



[전차선 노동자] 
"10kg에서 12~13kg. 다 완전히 차면."





사다리 꼭대기, 좁은 발판 위에선

작업자 2명이 위태롭게 발을 디딘 채

같이 일을 합니다.



전선을 당기고 조일 때마다

사다리가 휘청이며 흔들리지만,



울퉁불퉁한 바닥에는 나무 토막을 괴어

수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철로에서 9미터 높이,



철제 구조물 위에선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도

매번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어두운 조명과 손발의 감각에만 의지한 채

여기저기 기어서 옮겨다니는데,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습니다.





[배정만 / 민주노총 전차선지부 지부장] 
"대기업 같은 데는 이중안전고리를 하지 않으면 작업을 못하게 해요."



칠흑같은 어둠 속, 안전모에 달린 조명 바깥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자칫 손을 헛짚거나 발을 헛디디면

철길 위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작업 환경.



지난 달초 6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다

철로에 떨어진 40대 작업자는 5주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A 씨/ 전차선 노동자]  
"한번 다치고 나면 몸이 좀 많이 불편하고 그러

니까 다친 부위가 또 고관절이기 때문에.."



그제(14일) 새벽 울산에서도

사다리 위에서 작업자가 추락하는 등

일년 사이 전차선 노동자 12명이

사고로 다쳤습니다.



하지만 좀 더 밝은 조명과 튼튼한 사다리,

발을 헛디뎌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작업하다 보면 공사 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고, 관리 인력도 더

늘어나 결국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이흥석/민주노총 전차선지부 사무국장] 
"왜 그걸 함으로 해서 (시공업체 등에) 인력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가요. 만에 하나 생길 거에 비용을 투자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대한민국에 별로 없잖아요"



국가철도공단의 하청을 받은 전기업체,

그리고 그 업체에 임시로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지는 하청의 고용 구조는

전차선 노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1971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공사를 시작으로

국가 기간망을 관리해 온 이들은,



올해 초, 50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MBC 뉴스 김광연입니다.


최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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