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 사태가
있었죠.
당시 대전·충남 지역의 첫 메르스 환자이자
이른바 '슈퍼 전파자'로 지목됐던 40대
남성은 그 또한 피해자였지만 낙인속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 처음으로 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승섭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평범한 가장이었던 46살 A 씨는
5년 전, 대장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평택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삶은 그 뒤 180도 바뀌었습니다.
메르스 최초 전파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메르스에 옮았고 그 뒤 대전의 두 대형병원을 찾은 A씨로 인해 메르스 환자 25명이 발생해
11명이 숨진 겁니다.
A 씨에게는 16번 환자, 또는 '슈퍼전파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메르스 16번 환자]
"(병원 치료 도중) "당신 때문에 메르스에 걸려서 죽은 사람도 많고, 감염되어서 다 이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속 슬픔에 많이 울었어요."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퇴원했지만 일상은 달라졌습니다.
3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은
'메르스 슈퍼전파자'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고,
여전히 후유증으로 팔다리에 통증이 남아
있지만 우울증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메르스 16번 환자]
"그때는 악몽이죠 진짜. 제가 죽을 생각까지 갔던 터라 아내도 많이 힘들었죠. 계속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지만
A 씨가 정부로부터 보상받은 것은
백만 원 남짓한 치료비뿐입니다.
[메르스 16번 환자]
"정부에서 해주는 것도 없고,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 정책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자신도 피해자지만 죄책감에 메르스 백신을 만드는 연구에 피실험자로 3년 동안이나
참여했던 A 씨는 이제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국가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16번 환자]
"저로 인해서 돌아가신 분도 많고 하니까 그로 인해서 많은 아픔도 있고,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하는 데까지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대법원은 지난해, 메르스 환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정부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도 법도 지켜주지 못한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 그들의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