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대전의 주택가 방앗간에 도둑이 들어
떡과 쌀 같은 먹을거리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절도범으로 붙잡힌 40대 남성은
일용직 일자리마저 끊긴 뒤
야산에서 움막을 짓고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방앗간집 주인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김태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지난 5일 새벽, 대전의 한 주택가..
길을 가던 한 남성이
갑자기 방앗간 건물 안으로 사라집니다.
잠시 뒤, 두손에 뭔가를 가득 안고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이 남성이 방앗간에 몰래 들어가 훔쳐온 물건은
가래떡과 쌀, 고춧가루 같은 먹을거리였습니다.
열흘쯤 뒤,
경찰은 45살 홍 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홍 씨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고 털어놨습니다.
가족들과 왕래가 없던 홍 씨는
야산에 있는 비좁은 움막에서 살아왔습니다.
산 속에서 혼자 먹을 걸 찾아 연명하다
마을로 내려왔던 겁니다.
임태혁 / 대전 서부경찰서 강력4팀장
"8개월 동안 약초만 캐먹고 살았다는 거에요.
그러다 너무 허기가 지니까 상가를 보고 나서
배고파서 침입을 했다"
일용직으로 일해온 홍 씨는 일감이 끊긴 뒤
대출을 받아 버텨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빌린 돈도 바닥나자
지난해 여름부터 움막 생활이 시작됐고,
홍 씨의 몸은 야위어갔습니다.
임태혁 / 대전 서부경찰서 강력4팀장
"움막생활을 오래 하다보니까 체중이 많이
왜소해지다 보니까 (방앗간) 창문 쪽문으로도 충분히 침입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됐던 거죠."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방앗간 주인 부부는
홍 씨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야간 주거침입 절도 등 홍 씨의 죄가 무겁지만, 선처를 해달라는 가게 주인의 의사를 반영해 이번 사건을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방앗간 주인은
홍 씨가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게,
가까운 과수원에 일자리도 구해줬습니다.
넉넉한 인심의 방앗간집 부부는
언론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A 씨 / 대전 00 떡 방앗간 주인(음성변조)
"배고프다니까 좀 안 된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그거뿐이에요. 그 사람한테 진짜 뭐 많이 준 것도 없고요. 그냥 작은 거예요 작은 거.."
한 부부의 작은 선행이
자포자기의 삶을 살뻔 했던 누군가에겐
삶의 큰 행운이 됐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