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오늘로 꼭 15년이 흘렀습니다.
푸른 바다는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곳곳에 생채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승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충돌했습니다.
만 2천ℓ 넘는 원유가 바다로 새어 나와
서해는 검은 바다로 변했습니다.
유성상 사고 해역 인근 주민
"검은 파도가 이렇게 밀려왔죠. 워낙 큰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누구 하나 앞서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 하나 이런 일에 대해서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기적은 사람의 손에서 시작됐습니다.
한파를 뚫고 전국에서 찾아온 123만여 명은
기름 냄새를 온기로 닦아냈습니다.
사고 7년 만에 바다에서 기름 성분이 사라졌고,
푸르른 바다가 되돌아왔습니다.
기적을 만든 이들의 흔적이 담긴 기록물은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돼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경석 충남도 해양환경팀장
"대규모 환경 재난을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민관이 협동해서 극복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생채기는 남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보상금으로 내놓은 3천억 원이
4년 전, 어민 단체에 나눠졌지만,
정작 피해 주민에게 돌아간 건 없습니다.
피해 주민을 대표한다던 단체는
임원진이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기금을 불투명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과 감사원의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국응복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관리 감독 기관인 해양수산부에서 조합의
정상화를 위하여 관리인을 선임하여 조합에
파견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과
각종 암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대자연은 제 모습을 되찾았지만,
사람 사이에 남겨진 재앙의 후유증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