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대전MBC는 한국전쟁 74주년을 맞아
세차례에 걸쳐 진실 규명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군인과 경찰 등에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가
무려 3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진실화해위원회가 처음으로 희생자 6명의
신원을 밝혀냈는데, 아산과 대전 등
우리 지역 희생자로 확인됐습니다.
첫 순서 김태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산 설화산 일대 수풀을 헤치며
20여 분간 걸어 올라갑니다.
폐금광 입구에 다다르자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2백여 명이 학살된 곳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산 일대에선 1950년 9월 말부터 넉 달 동안
경찰과 치안대가 민간인들을
"인민군을 도왔다"는 혐의를 씌워
무차별 학살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에 의한 집단 학살로 인정했습니다.
"지난 2008년 이곳을 집단학살지로 특정했지만 실제 유해발굴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10년이
더 걸렸습니다."
지난 2018년 이곳에서 유해 208구가
발굴됐는데, 대부분 부역 혐의와 무관한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맹억호 / 아산유족회장
"사람을 죽여가지고선 묻고 또 흙으로 덮어서 묻고, 또 흙으로 덮어서 묻고 이것을 켜켜이
켜켜이 시루떡처럼 해서 여기다가 사살을 한
거 더라고요."
그토록 어렵게 찾은 유해.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신원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전국에서 발굴한 유해 가운데 5백 건의 시료를 채취해, 유가족 119명과
유전자를 대조한 결과, 단 6건이 일치했습니다.
대전 골령골 한 명과
아산 부역혐의 사건 5명 등
지역의 희생자 6명만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아산 사건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하상춘 할아버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하상춘 / 아산 부역혐의 사건 유족(94세)
"진짠가.. 그런데 뭐 다들 99% 맞는다고 하고.. 그때 뭐 앞이 안 보이고 눈물만 나왔죠. 산에 가서 (어머니)산소가서 울고.."
아산과 서산과 태안, 보령 등
충남에서만 3만여 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최소 30만 명의 민간인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게 학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접수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중 43.6%만
종결됐고, 절반 이상은 여전히 조사 중입니다.
맹억호 / 아산유족회장
"진짜로 죽기 전에 좀 (유해 발굴)결과를 알았으면 좋겠는데 지금 여러 유족들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70년이 넘도록 여전히 땅 속에 갇힌
가슴 아픈 죽음들.
그동안 진실 규명을 맡아온 2기 진화위는
내년 5월 활동을 종료합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