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낮 찜통더위가 시작된 요즘, 여름나기가
걱정이지만 특히 변변한 냉방기기 하나 없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충은 더 심하죠.
그런데 대전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모든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용 부담 때문에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부결된 에어컨 설치를 주민 투표로
뒤집었다는데, 자세한 사연을 조명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200세대가 사는 대전시 둔산동의 아파틉니다.
벌써부터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지내는 경비원들은
여름나기 걱정이 큽니다.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지난해 여름 측정한
경비실 온도는 최고 47도.
지난달 초 경비실 에어컨 설치 안건이
입주자대표 회의에 상정됐지만 부결됐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가동하게 되면
주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결정을 뒤집었고
"이 아파트는 이달 안에 경비실 11곳
내부에 모두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류영근/ 대전 녹원아파트 경비원]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원한 여건 속에서 더욱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대표 회의 결정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건
아파트 주민 39살 이종민 씨였습니다.
회의 결과에 의문을 품은 이 씨가 관리사무소에 전기료 추가 비용을 문의했더니 가구당 50원
안팎에 불과했고 예비비로 에어컨을 사면
큰 부담도 없었습니다.
찜통 같은 경비실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던
경비원들의 모습을 떠올린 이 씨는 지인들과
행동에 나섰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주민들과 주민 10%의 서명을 받아 재심의를 요청했고 지난달 말
주민투표까지 진행해 결국 경비실 에어컨
설치안을 가결로 이끌었습니다.
"탕탕탕(의사봉). 감사합니다. 짝짝짝(박수)"
[이종민/ 대전 00아파트 주민]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비 아저씨들도 저희 아파트 같이 사시는 구성원이시잖아요. 그래서 인정의 마음으로 주민들이 품어주셔서.."
전체 투표자 가운데 반대는 5표에 불과해
유효표 중 98% 찬성률로 가결된 에어컨 설치안,
경비실에 에어컨을 선물한 아파트 주민들은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경비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민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