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따뜻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획 보도 순서입니다.
매년 설 명절을 앞두고 20년 넘게
쌀을 기부해 온 70대 어르신이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직접 농사지은 쌀 2천 kg을
주민센터에 맡겼습니다.
코로나19로 더 힘들어진 이웃들을 위해
쌀농사와 기부를 멈출 수 없었다는
'천사 농부'를 김태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주민센터 앞에
10kg짜리 쌀 100포대가 쌓여 있습니다.
또 다른 주민센터에도 쌀 100포대가
배달됐습니다.
쌀을 보낸 사람은 일흔이 넘은
류지현 할아버지.
벌써 23년째 매년 설 명절을 앞두고
직접 농사지은 쌀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류지현 / 대전시 유천동
"(큰아버지가) 쌀을 쌓아놓고서는, 어려운
사람들 그때는 자루 가지고 와 가지고서는
아들들이 한 말씩 쥐어줬어. 참 그때 볼 적에는 나도 그때 어려웠었고.. 그게 좋아 (보여)
가지고 지금까지 난 하고 있는 거고.."
지금까지 기부한 쌀이 45톤,
모두 할아버지가 4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정지연 / 대전시 유천2동 주민센터 주무관
"기부해주신 분이 계셔서 가지고 왔어요.
맛있게 드세요. / 예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세월의 흐름만큼
이제는 농사가 버거울 법도 한 데,
할아버지는 가난했던 시절
가장 무서운 게 배고픔이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쌀농사와 기부를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류지현 / 대전시 유천동
"최고 무서운 게 배고픔이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이제까지 살고 있어, 농사 조금 아직까지 짓고."
국회의장이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국민상 등
지난 20여 년간 받은 표창도 여러 개,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아직도 '천사 농부'란
별명이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류지현 / 대전시 유천동
"누가 하라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으로다가 '내가 일 년 내내 농사
지어가지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렇게 나눠
먹는다' 그런 마음 가지고 하는 거야, 나는…"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