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 선생은
'그날이 오면'처럼 대표적인 저항시를 쓴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죠.
당진에서 심훈 선생의 추모제가 열렸는데,
심훈 선생과 인연이 깊은 독립지사 후손들이
대거 찾아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36년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
우승 소식을 신문 호외로 접한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심훈 선생은
뒷면에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씁니다.
장티푸스를 앓다 36살에 요절한
그가 남긴 99편의 시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준승/손기정 선수 외손자]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3·1운동 이듬해 상해 임시정부에서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지사와의 인연.
최근 발견된 권기옥 지사가
심훈 선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추모시를
권 지사의 아들이 낭송합니다.
[권 현/권기옥 지사 아들]
"하늘에 옥경 있다더니 이 빈소가 거기라네.
번거롭고 속된 관리길 걷지 않았네."
'그날'이 오기를 그토록 열망했지만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지 83년.
소설 '상록수'를 집필한 당진 필경사에서 열린 심훈의 추모제에는 생전에 인연이 깊었던
독립지사 6명의 후손이 발걸음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시를 차분히 읽어내려가며
붓끝에 서슬 파랗게 서려 있던
항일정신을 가슴에 다시 한번 새겨넣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특별한 추모제입니다.
[심천보/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그때 같이 교제하시고, 또 배우기도 하고
글도 같이 쓰시던 후손들을 우리가 특별히 초청해서 100년의 의미를 갖고자..."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로,
또 언론인이면서 연극인의 모습으로
칼 대신 펜으로 일제의 탄압에 맞섰던
심훈 선생의 항일정신은 지금도
그의 작품에 시대정신으로 살아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