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노동 현장에서 재해가 우려되면 안전을 위해
노동자가 스스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중지권이 법률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그런데 법원에서 노종자의 작업중지권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승섭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6년, 세종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가 누출됐습니다.
티오비스가 공기 중에서 반응해
유해 물질인 황화수소로 변하면서
가까운 공장 직원 등 30명이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사고가 난 업체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29명도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조남덕 / 대피 직원(징계 무효소송 제기)
"밖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있으면 안으로
전부 대피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와 함께
소방본부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혹시 그 사실 못 들으셨냐는 얘기를
듣고..."
그런데, 회사 측은 이들이 회사 지시 없이
작업장을 마음대로 벗어났다며 대피를 주도한 노동조합 간부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해당 노조 간부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 재판부는 직원들이 유해가스로 피해를 볼 징후가 없는데도
섣불리 작업을 중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사고 지점에서 200m 이상 떨어진 다른 공장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해당 공장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산업 재해가 발생해 급박한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한 작업중지권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노동계는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을 반겼습니다.
임성우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육선전국장
"내가 위험을 느낀 것만으로도 안전사고 예방의 측면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전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회사 측은 원고가 노동자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 활동의 하나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작업중지권의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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