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을 마치고 잠을 자다가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원의 사연 전해드렸는데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미처 내지 못한
지원서가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이승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온
고 이은장씨.
정규직이 되겠다는 목표 하에 지난 3년간
몸도 돌보지 않고 일해온 이씨는
오는 7월이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씨의 방에서 발견된
정규직 응시원서입니다.
숨지기 전날 작성한 이 원서에서 이씨는,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제 꿈'이라면서
'정규직 집배원이 되어
성실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적었습니다.
이씨가 지원서를 내려던 14일은 그러나
자신의 발인일이 돼버렸습니다.
이씨가 평소 어떻게 일했는지를 보여주는
유품들도 발견됐습니다.
집배원 조끼는 3년 넘게 입어 빛이 바랬고,
동전 수십 개를 넣고 다녔던 주머니는
축 처졌습니다.
늘 손을 다치며 일한 이씨의 출근 가방에는
연고와 밴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씨는 한겨울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감기를 달고 살았지만,
병원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이재홍 / 故 이은장 씨 형 ]
"빗길에 넘어지면 다 까지고, 겨울에 눈길에 넘
어지면 다치고. 춥고 옷도 얇고 하니까 옷도 많
이 안 주고."
요리사의 꿈을 접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와 집배원이 된 이 씨.
주말도 없이 길게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재홍 / 故 이은장 씨 형 ]
"정규직이 되고 싶었거든요. 자기도 어차피 공
무원이라는 꿈을 가지고 우체부가 된 것이거든
요."
정규직이 되면 결혼도 하겠노라 계획했지만,
5년 전에 찍은 사진이
마지막 가족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사고 한 번 친 적 없는
착한 아들을 황망하게 떠나보냈지만,
제2의, 제3의 이은장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구향모 故 이은장 씨 어머니 ]
"애들 좀 편하게 (근무하게) 했으면 하는 게 소
원이지. 우리 아들 불쌍한 아들. 앞으로 똑같은
자손들, 또 그렇게 이런 일 벌어질까봐 제일 걱
정이에요."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