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형문화재 지정 문제, 어제에 이어 연속 보도합니다.
무형문화재는 현재 해당 분야의 전승자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때문에 무형문화재 관리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조형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 등에서
30여 년을 근무하며, 무형문화재 심사를
담당했던 이장열 문화재학 박사.
이 박사는 보유자의 갑작스런 타계나 후계자
선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90년대 초부터
무형문화재 지정 심사를 개혁하려 했지만
몇몇 정부 공무원들에 의해 변질됐다고
증언합니다.
특히 무용 분야 문화재 지정은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 담당자가 노골적으로 특정인을
밀어주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장열 /문화재학 박사]
"정부 정책에 의해서 신규 보유자 발굴하고
실력있는 사람을 (선발)한다고 하는것. 그래서
심사까지도 한 걸 그 사람이 뒤집은 거예요."
과거 일부 무형 문화재 심사 과정에서는 유력
정치인들의 입김이나 압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성기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국가행정이 공정하지 않다는거에 대해서
근본원인이 있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불공정, 편파 심사가 지탄이 되고 있는 건데요."
무형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보유자가
타계해 원형 보존이 힘들어진 종목은 보유자를 새로 지정하지 말고 아예 씨름이나 김장처럼
종목이나 분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섣부른 인간문화재 재지정이 문화재
본래의 전통 계승을 가로 막고, 실력 있는
계승자를 키우지 못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장열 /문화재학 박사]
"어떤 걸 특별하게 지정해서 강제적으로
다른 것을 죽여버리는 건 말도 안되는거죠.
여러 사람 있는 중에서 어떤 사람은 보유자다, 아니건 전부 죽여버리는 거죠. 이런 제도
자체가 모순이에요. 자체가."
특히 경연식으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단심제나, 제자가 스승을 심사하는 모순적인
문제 등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며,
인간문화재의 활동과 수상경력, 발표회 등
후보자의 이력을 면밀히 추적 관리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 전통 문화의 보존을 위해
1960년대부터 인간문화재가 지정됐지만
영상 기술과 보존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단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원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길배 과장/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보유자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폐단들도
많이 말씀들 해주시고 청에서도 그걸 많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더이상 무형문화재 관리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우리 고유의 예술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각계 각층의
여론 수렴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 뉴스 조형찬 입니다.
(영상취재 : 여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