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0여 년 전, 한국전쟁 당시
서산에서는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군경에 의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는데요.
유해 발굴 작업을 시작한 지 20일 만에
학살지로 지목된 60m 길이의 참호에서
이중 삼중으로 포개진 유해 60여 구가
나왔습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폭과 깊이가 1m에 남짓한 땅 속,
양손이 뒤로 꺾인 채 바닥을 향해
고꾸라진 유해가 확인됩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유해가 2중, 3중으로
포개진 곳도 있습니다.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조사를
시작한 지 20일 만에 60m 길이 교통호에서
유해 60여 구가 발견됐습니다.
"70여 년 전 이곳 서산 갈산리 일대에서
집단학살이 빚어졌다는 증언은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변에선 반지와 신발 그리고 민간인들을
학살할 때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M1소총 탄피도 발견됐습니다.
이호형 / 동방매장문화재연구원장
"여기에서도 역시 탄피도 나오고 고무신도
나오고 또 구멍이 두 개인 단추도 나오는데
구멍이 두 개인 단추는 아마 죄수복으로
갈아입힌 그런.."
발굴 현장인 교통호는 1950년 인민군
점령기에 인민군이 전투를 대비해
파 놓은 곳이고, 이후 부역 혐의자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됐습니다.
부역 혐의 사건 관련 유해 발굴은
아산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박종만 / 유족
"나이가 지금 여든세 살인데 간신히 올라왔어. 여기 와서 보려고. 내가 죽어야 할 텐데 얼른 죽진 않고.. 아이고 너무 분해.."
지난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을 했다는 혐의로
1950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산·태안 지역
경찰과 해군이 적법 절차 없이
30여 곳에서 집단 학살을 저질렀고,
최소 1,865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희생됐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정명호 / 서산유족회장
"7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가지고
아버지 소리를 못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정이 다 있죠. 우리 유족들은
아버지 소리를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유족들은 나머지 천여 구의
유해 발굴 조사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예정된 다음 달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유족들이 요구하는
추가 발굴은 아직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