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헌혈은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죠.
이때문에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을 많이 한
사람에게 유공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공장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인터넷에서 돈을 받고 버젓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김광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입니다.
헌혈유공장을 판다는 내용인데, 가격은
만 원에서 5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이미 거래가 완료된 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헌혈 유공장 판매자]
"나중에라도 필요한 사람 있으면 주려고 갖고는
있었는데, 보니까 인터넷에 많이들 올라와서
파시더라고요. 딱히 받을 사람도 없고,
그냥 주기에는 뭐하니까."
헌혈유공장은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을 많이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횟수에 따라
은장에서 금장, 최고명예대장까지 다섯
등급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최고명예대장의 경우 3백 차례 헌혈을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데 쉽지 않은 일인만큼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명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인테리어 소품쯤으로 여기거나
과시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있어 헌혈
유공장이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헌혈에 보람을 느껴온 헌혈자들은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유공장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씁쓸하다고 말합니다.
[이원석 / 321회 헌혈(헌혈 최고명예대장 보유)]
"헌혈 유공장이라는 게 한두 번 해서 받는 게 아니고 자기 노력이 있어야 되고, 자기 희생이 있어야 되고..(유공장이) 소장품으로 과시용으로 거래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자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유공장을
지급하고 있지만 개인간의 거래를 막을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
"비매품 조치도 했고, 안내도 드리고 하지만.
개인 간의 거래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헌혈자가 줄어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헌혈의 본래 취지마저 퇴색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광연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