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탈모 인구는 천만 명,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탈모로 고민을 할 정도이다 보니
탈모 치료에 대한 관심도 큰데요.
그런데 대전의 한 의원이
전립선 비대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쓰는 약을 탈모약으로 처방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논란입니다.
정부 인증을 받은 탈모약이 아닌 데다
여성에게는 위험할 수 있지만 너무 쉽게
'묻지 마 처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지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내과 의원.
누구에게나 쉽게 탈모약을
장기 처방해주고 가격도 저렴해서
이른바 탈모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탈모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간호사는 대뜸 "진단은 없고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 처방이 나간다"고 설명합니다.
두피나 모발 상태에 대한 촬영도 없이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는 곧바로 석 달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며 효과를 장담합니다.
00 의원 원장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와 상관없이 가급적
빨리 약 한번 드세요. 그리고 저녁에
자기 전에 두피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세요.
두 가지만 잘하면 원하는 효과 볼 거구요."
약 성분과 부작용을 묻자, 회피하는 듯한
답이 돌아옵니다.
00 의원 원장/
"각각 약에 대한 설명은 약국 약봉투에
설명이 나와 있어요."
진료는 단 2분 만에 끝났고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은
먹는 약 4알과 뿌리는 약 등 5가지.
처방약 가운데 바이모정과 알닥톤은
고혈압과 신부전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이고
스카테론정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탈모 치료제가 아닌 데다,
저혈압이나 간·신장 질환 등 지병이 있는
환자가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약은 4분의 1로
쪼개서 처방하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이 약의 가루는 만지기만 해도
임산부 태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위험해
모든 연령층의 여성이 사용해선 안 됩니다.
김성구 대전 약사회 부회장
"임산부나 가임기 여성이 복용할 경우
태아의 남성 호르몬 생성도 억제하게 되어
성기의 기형이라든가 어떤 전체적인
남성의 성향을 형성하는 데도 장애를
줄 수가 있으므로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이 약을 먹은 일부 환자는
저혈압이나 남성의 가슴 나오는 여유증,
무기력증 등 부작용을 호소합니다.
또 이 의원은 진찰도 안 하고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줘 의료법 17조 위반 혐의로
지난 2020년 말부터 검경의 수사를 받는 상황.
취재진이 병원 측에 이런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원장은 "할 말이 없고, 검경 수사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환자의 건강상태와 질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처방은
행정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해당 행위가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 행위이거나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해당한다면 의료법상 위법성이 인정되어
그 정도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 복지부는 의료법 66조 등의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을 문제 삼아
해당 의원을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고혈압과 전립선 약 등을
의료보험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허위 처방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김지혜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 그래픽: 조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