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남에서 20여 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홍성 산불.
불길은 이미 사그라졌지만,
피해 주민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상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승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봄의 한가운데에서
산은 푸른 빛을 잃었습니다.
홍성의 한 야산에서 시작한 불은
푸른 나무를 먹이 삼아
우리의 삶마저 새까맣게 태웠습니다.
76살 엄계용 할아버지도
난리통에 아내와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3대에 걸쳐 백 년 넘게 살았던 보금자리도,
조상의 묘소와 유일한 생계 수단인
비닐하우스 3동도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습니다.
이 대피소에서 난민 같은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엄계용 이재민
"(집과 마을을) 눈을 들어 쳐다보면
온통 새까맣게 되어 있어서 새까만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똑같아요."
이재민의 손을 잡아주는 건 주변의 이웃입니다.
이웃의 손길이 있기에 끼니를 챙기고
다시 한번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김현미 자원봉사자
"여러 군데에서 도움을 주고자 많이 애를
쓰고 있으니 용기 내시고,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진은 피해 마을을 돌며
주민의 몸과 마음 건강을 살핍니다.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호흡기나 피부 질환, 두통 등이 생겼고
심리 불안정을 호소하는 주민도 많습니다.
이명숙(피해 주민)
"가슴이 두근두근하고요. 답답해요. 불안하고.
/ 놀라서 그러셨을 거고요."
지난 2일부터 홍성과 보령, 당진과 금산,
부여에서 난 산불로 인한 재산피해가
46억 8천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충남도와 홍성군에는 피해 주민을 돕고 싶다며
각계각층에서 모두 10억 원가량의 성금이
모였고, 각 지자체는 성금을 모금하기 위한
전용 계좌를 열었습니다.
김기영 충남도 행정부지사
"정부에서 지원해 드릴 수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성금 모금을 통해서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최대한 메꿔드리고자"
충남도는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전담조직을 꾸려 피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