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년 전, 보령의 외딴 섬마을에서는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한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학생은 어떻게 지낼까요?
번듯한 학교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고,
또래들도 여럿 생겼다고 합니다.
이승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한 시간 남짓.
사슴 모양을 닮은 섬, 녹도입니다.
섬 중턱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이 학교 6학년 류찬희 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입니다.
5년 전, 찬희는
이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으로 입학해,
펜션을 개조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에 세 살 터울인 찬희의
여동생이 입학했고, 육지에서 이사 온
동생들도 생겼습니다.
류찬희 보령 청파초등학교 녹도학습장 6학년
"혼자 공부할 때는 쉬는 시간 때도
노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동생들이
생기니까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어서 좋아요."
학생이 늘자 16년 전 폐교된 학교 건물을
되살려 교실을 옮기고 유치원도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이 학교 학생 4명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나들이를
다녀오는 등 함께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김시후 보령 청파초등학교 녹도학습장 5학년
"도시보다 마스크를 덜 써도 되고,
놀 시간도 더 늘어난 것 같아서 매우 좋아요."
섬마을에 학교가 생기고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3년 전에 180여 명이었던 녹도의 인구는
223명으로 늘었습니다.
김애순 녹도 주민
"학교가 생기면서 유치원 애들도 생기고,
그래서 애들이 많이 생기고. 어른들이
좋아하세요. 애들 소리가 있다고."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명이 사는
보령 고대도에도 올해부터
어촌계의 건물을 빌려
초등학교 교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교육은) 경제적 잣대로 들이댈 일만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권, 그리고
그 나이대에 맞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사라져 가는 마을을 살리고,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길입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