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이 났을 때 출동한 소방차가 화재 현장을
바로 앞에 두고도 길이 막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거나 늦는 일 여러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소방차 한 대가 지나갈 만큼은
길을 터주자는 인식은 많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소방통로가 막힌 곳은 여전히 많습니다.
한밤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현장을
김윤미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밤 9시를 넘긴 시각, 천안의 한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급히 출동합니다.
실제 화재 출동 상황을 가정해 소방차가
화재 현장까지 진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훈련입니다.
한 아파트 정문이 보이기 전부터
도로 양쪽으로 주차 차량이 빼곡하고,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주차된 차량 사이로 소방차는 이리저리
곡예 운전을 이어가고,
결국, 폭 2m 남짓 크기 소방차가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날 공간에 다다르자
그대로 멈춰섰습니다.
단지 안쪽에서 불이 났다면 소방차가 코앞까지 출동하고도 최악의 경우 불을 못 끌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황태선/천안동남소방서 소방위]
"제 마음은 그냥 밀고 가고 싶어, 그래야 들어갈 수가 있으니까. (현실은) 중간에 정차하고 거기서부터 호스 들고 뛰고 있어요, 현장까지."
3년 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소방차는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진입로가 막혀 길을 헤매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2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방기본법이 이후 개정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을
견인하는 등 강제 처분은 가능해졌지만,
차를 수십 대씩 견인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비현실적입니다.
아파트와 시장을 돌며 소방차
한 대는 지나도록 폭 3미터의 길을 터주자는
홍보 캠페인과 여러 기관들의 노력으로
많은 곳이 개선됐습니다.
[김의중/천안동남소방서 구성119안전센터장]
"전에는 노란 선 안쪽으로 많이 나와 있어서
실제로 소방차가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근데 지금은 시민 안전의식이 많이 고취되서.."
하지만 충남에서 50개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화재 피해의 경중을 다룰 이른바
골든타임인 7분 이내 출동률, 충남은 지금도 7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승조/충남지사]
"소방출동로는 바로 생명로 아니겠습니까?
소방출동로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또 약간의 민원이 있더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방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폭 3m의 길.
그 작은 길을 지켜줄 수 있을지, 그곳에 화마
속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 달려 있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윤재식
그래픽: 조대희
화면제공: 충남도소방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