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한낮에 늦더위는 여전하지만, 조금씩 단풍철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대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표 봄꽃인
벚꽃이 피었습니다.
왜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 건지 이승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전 교외의 한 도로.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연분홍빛 꽃이
피었습니다.
봄의 전령사로 알려진 벚꽃입니다.
지난봄에 폈다 졌던 벚꽃은
누렇게 익은 벼와 붉은 단풍 사이에서
다섯 달 만에 다시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조광래 / 직장인
"벚꽃은 봄에 핀다고 생각하는데, 가을에 피었다니까 너무 신기해서 처음에는 놀랐어요."
도로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의 꽃눈도
듬성듬성 꽃을 틔웠습니다.
이 마을에는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해 벚꽃이 관측됐습니다.
변준숙 / 인근 주민
"엊그제 비 오고 나서 활짝 펴서 더 이렇게 많이 폈어요. 가을에 벚꽃 핀다는 건 쉽지 않은 건데 저는 내 평생 처음 봤어요."
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 꽃이 피는
이른바 '불시 개화'입니다.
"9월에 벚꽃이 피는 현상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문가는 '이상 기상'을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늦더위가 이어지다가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 상황이 급변하면서
벚나무가 생존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계절을 앞서 꽃이 핀 벚나무는 생식에
이미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내년 봄에는 꽃을 틔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병기 /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연구사
"어떻게든 자손을 남기겠다는 본능적인 전략하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고 하는 경향들이 흔하게 나타나고요."
전문가들은 '불시 개화'가
기후 위기의 사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태풍과 같은 급격한 날씨 변화가 잦아질수록
관측되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 뉴스 이승섭입니다.
◀ END ▶